▲ 최동식 천안중앙고 교장 |
이러한 교장들의 모임을 사적인 모임으로 간주하는 행정지시가 내려온 후 작년부터는 이미 이 회비명목의 돈도 지출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에 전교조의 신고로 권익위가 지적한 내용은 2008년의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2009년 이후로는 그나마 지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형편이 이러한데도 마치 교장들이 철면피한 욕심쟁이이고 공사도 구분할 줄 모르는 몰지각한 사람들인 것처럼 두들겨 패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의 교장들이 모여 1년에 한번 갖는 연수회에 회비를 내는 것이 사적인 지출이라는 사실을 교장들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교장협의회가 사적인 단체라면 개개인 교장들을 나무라기 전에 전국교장협의회가 회비납부 관례를 바꾸도록 공문지시를 했어야 옳지 않겠는가? 학교는 전국교장협의회가 보낸 공문에 공적으로 업무처리를 했을 뿐이다.
모든 행정공무원들이나 일반 교사들이 연수를 할 경우 연수비를 100% 지원하면서 왜 유독 교장들의 연수회비는 사적인 것으로 간주하는가? 학교장들이 모여 지역의 교육현안을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개인들이 모여 한담이나 나누는 계모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더구나 그런 연수회비 명목의 회비지출을 작년부터 하지 않고 있는데 2년 전의 사례를 들어 마치 현재도 그러한 것처럼 확대해 책임을 묻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동안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교육비리 때문에 교육책임자인 학교장들로서는 솔직히 국민과 학부모들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숨죽이면서 살아왔다. 할 말 있어도 자제하고 조용히 학교경영에만 충실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이런 교장들의 참담한 심정을 고려해서라도 더 이상 학교장들을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학교와 교육자들이 무슨 짓을 하든 눈감아주고 널리 이해해 달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교육사회가 생리적으로 얼마간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교육자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혹 기대에 못 미치는 일이 있더라도 매스컴이 갖는 위력으로 인해 학교교육이 상처를 입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다루어야 옳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교육의 본질적인 발전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뜻을 함께 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에 교육계도 얼마간 관행에 젖어 불필요한 지출을 계속해 왔던 사실을 전혀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도 학교가 모든 일을 완벽할 정도로 올바르게 처리한다고 장담할 일은 못될 것이다. 이것은 교육계 스스로가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할 일이고 시민단체나 언론도 늘 관심을 갖고 학교교육을 감시하되 애정을 지니고 성원하는 일도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특히 사실을 이토록 왜곡하거나 확대해 학교교육 지도력을 좌절시키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신중을 기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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