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다음으로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몰려드는 외국인들에게 의료상품을 부가적으로 판매해보자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의료관광산업을 발전시킨 경우다. 즉, 태국은 비교적 저렴한 물가를 기반으로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더 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관광에 의료상품 판매를 접목시켜 의료관광을 산업으로 키워냈다. 2000년 전통을 가지고 있는 태국 마사지는 의료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세 번째는 30여 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아시아 의료관광허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지금의 의료관광국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다. 싱가포르 정부는 도시국가와 어울릴 수 있도록 의료기반 기술과 시설 확충에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첨단의료시스템을 발전시켜 치료, 관광, 의료연수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의료관광 주도국으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2009년 한해에만 치료목적으로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인 수가 50만 명을 넘어섰는데, 싱가포르 정부는 2013년까지는 외국인 환자 100만 명 유치가 가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 의료관광산업의 세 가지 발전 시나리오를 살펴볼 때,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정서상 의료서비스를 상업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태국과 같은 방법을 따라 하기에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 태국을 압도할만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도 못하며, 우리의 물가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의료관광산업의 발전시나리오는 싱가포르의 경우일 것이다.
우선 국가나 자치단체가 의료관광산업을 추진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깊고 광범위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나서서 대규모 보건의료그룹을 설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술 개발과 대외홍보까지 지원하고 있다. 외국에서 의료기술을 배우거나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정부가 안내와 설명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서비스마케팅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싱가포르 정부 관리자들의 서비스정신은 한국의 권위적 관료들이 따라 하기 어려울 정도다.
의료관광산업의 한 주체로서 지방 소재 병원들은 의료관광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서 재무적 측면이나 인력운용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 환자를 응대하기 위한 1차 관문인 외국어가 매우 취약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관련 인력에 대한 외국어교육체제의 확립 등 정부나 자치단체의 선도적 역할과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지자체는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외국인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평가 및 인증하며 이 병원들을 외국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장기 체류 외국인환자들이 마음 놓고 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체제의 개선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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