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태평양 섬들의 슬픈 역사·문화 재발견

적도 태평양 섬들의 슬픈 역사·문화 재발견

하와이제도에서 미크로네시아까지 직접 돌아보고 쓴 선상노트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 승인 2010-11-30 13:06
  • 신문게재 2010-12-01 12면
  • 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이 책은 저자인 주강현 교수가 2007년 약 4개월간 대양탐사선 온누리호를 타고 거제도에서 출발해서 하와이, 축, 폰페이, 괌을 거쳐 쿠로시오를 따라 항해하면서 보고 겪은 일들을 여행기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일반 여행기와는 달리 저자의 전문가적 식견이나 깊은 지식이 드러나는 작품으로서, 태평양 섬 하나하나를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생태학적 측면에서 자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주강현 박사는 지식의 통섭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라고 할 수 있다, 해양학, 역사학, 미술사, 생태학, 고고학, 신화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왕성하게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역사민속학회장을 지냈고, 해양문화재단 이사, 해양문화연구소장, 문화재전문위원 등 다양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등대여행 관해기 1, 2, 3권 등 30여권의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폴리네시아 하와이제도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2부는 적도 태평양을 항해하면서 쓴 선상노트로서, 대양 탐사선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3부에는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제도와 축이라는 독립국가의 민족지에 관한 이야기로서, 웨노섬, 두블론 섬 등의 문화와 풍습, 그리고 지리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4부에는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제도 폰페이국의 민족지로서 스페인과 독일, 일본, 미국 등 제국주의가 휩쓸고 간 폰페이섬의 슬픈 역사를 현지인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폴리네시아의 대표적인 섬, 하와이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공식적 미국이민이 시작된 곳이다. 1902년 제물포항에서 조선사람 121명이 증기선을 타고 이민을 시작해 1905년 이민이 금지될 때까지 7843명이 이민을 갔다고 한다. 현재 하와이에는 약 2만5000명의 한인이 살고 있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한 곳이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무궁화가 국화로 지정되었다는 사실, 인하대학교가 하와이 이민들의 성금으로 시작되어 인천과 하와이의 앞 자를 따서 생긴 이름이라는 것, 인천에 설립된 이민사박물관, 하와이 대학에 설립된 한국학 연구소 등 이런 저런 인연으로 하와이는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태평양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페인의 탐험가 바스코 누네스 데 발보아라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이름은 역사 속에 묻히고, 1512년 마젤란 해협을 지나면서 이 부근의 바다가 평화롭다고 생각하고 이름을 '태평양'이라고 지은 마젤란의 이름만 남았다. 태평양에 있는 섬과 바다의 명칭들은 이런 식으로 서양인들의 느낌과 취향대로, 심지어는 탐험대원들 자신의 고향명칭이나 선장의 이름을 따서 제멋대로 이름을 지었지, 현지의 고유명칭과 역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강대국들이 저지른 문화적 횡포의 유물이다.

최근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난무하지만, 사실 이산화탄소 저감 등 생태계의 보호와 복원이 바다에 달린 문제이고, 그리고 해양자원의 개발이 미래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녹색성장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블루오션, 즉 바다에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강현 교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적도의 침묵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지구자원의 3분의 1이 매장되어 있고, 수십만 년 전 생명의 흔적이 숨어 있는 태평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작은 섬나라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일에만 관심을 두기보다는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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