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볼쇼이 교향악단의 천재 지휘자였던 안드레이는 유대인 단원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쫓겨나 지금은 극장 청소부로 일한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볼쇼이 교향악단에게 보낸 초청공문을 가로챈 그는 단원들을 모아 파리에서 복귀 무대를 가질 계획을 세운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생활고 때문에 악기까지 팔아버려야 했던 사람들이 모이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는 영화는 숱하게 봐왔다. 2년 전 강마에 신드롬을 불러왔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나, 가깝게는 지난 8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엘 시스테마’가 그렇다. ‘더 콘서트’는 이 음악영화의 정석을 명쾌하게 따른다.
청소부 안드레이가 오케스트라 연습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지휘자라도 된 듯 무아지경에 빠지는 도입부부터가 꿈을 드러낸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는 친부모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될 거란 꿈에 동참한다. 안드레이는 볼쇼이 교향악단의 촉망 받는 지휘자였지만 유태인 단원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쫓겨난 인물. 그는 뿔뿔이 흩어진 옛 단원들을 모으고, 말썽만 부리는 단원들을 추슬러 마침내 무대에 오른다. 그러면서도 고통 받아야 했던 러시아 과거와 현재를 한 자락 끼워 넣는다. “파리 생 제르망을 사버릴까” 고민하는 석유재벌의 모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구단주가 겹쳐진다.
라스트 10여 분의 콘서트 장면은 영화의 백미. 불협화음으로 시작했다가 바이올리니스트의 매끈한 선율에 이내 감각을 되찾아 멋진 화음을 이루는 모습은, 뻔한 스토리임에도 무척 감동적이다. 마침내 꿈이 이뤄지는 순간,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씻고, 누군가는 생에 대한 감각을 되찾으며, 그리하여 어긋났던 모든 것들이 기적처럼 꿰맞춰진다.
‘엘 시스테마’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부레우 박사는 “음악은 가난한 이들에게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고 삶을 수긍하는 낙관적 힘을 준다”고 말한다.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해도 이들이 음악으로 꿈을 이루는 기적에 감동하지 않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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