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찬]'결혼 사회학'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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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찬]'결혼 사회학' 어디로 가는 걸까?

[중도춘추]장수찬 목원대 교수

  • 승인 2010-11-25 14:42
  • 신문게재 2010-11-26 20면
  • 장수찬 목원대 교수장수찬 목원대 교수
결혼제도는 낡아서 폐기되어야할 공룡인가? 아니면 다른 인간관계가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성장과 번영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명인가? 세계가치조사와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39%가 결혼제도를 진부한 장식물로 생각한다. 이 숫자는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과 같은 유럽국가에서 더욱 상승한다.

▲ 장수찬 목원대 교수
▲ 장수찬 목원대 교수
한국에서도 결혼을 진부한 장식물로 사고하는 젊은층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종합사회조사에 따르면, 20대의 13%가 결혼을 진부한 장식물로 생각한다. '개인 삶에 있어서 진실한 사랑은 오직 하나(only one true love)만 있다'는 속설도 깨지고 있다. 따라서 유일한 사랑을 믿는 사람들은 고작 17%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와 태도가 확산되면서 평생 동안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결혼은 왜 하는가? 아이를 갖기 위해서, 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삶의 동반자를 구하기 위해서, 안정적 성적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서, 재정적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 아니면 존경받기 위해서 인가? 전통적으로 결혼은 안정적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했다.

지금도 결혼은 경제적인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전에는 결혼식이 독립적 성인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이었던 것에 비해, 이제 결혼식은 안정적 경제생활을 확보한 성인들이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성곽에 올려놓는 마지막 벽돌이다. 그래서 결혼은 경제적 안정을 확보했다는 신고식이 되었고, 초혼 평균연령이 점차 늦춰져서 미국에서 남자가 28.1세, 여자가 26.1세에 결혼한다. 한국의 88만원 세대는 미국보다 사정이 좋지 못해서 남자가 30.7세, 여자가 29.4세에 초혼을 한다.

결혼제도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면서 대안으로 '동거(cohabitation)'가 급상승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는 세계적 동거 흐름을 대표하는 커플이다. 결혼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경제적 안정과 자식에 대한 욕구가 해소되면서, 이제는 동거를 통해서 동반의식(companionship)을 해소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결혼과 같이 구속적이고 소유적인 관계를 벗어나서 자유로이 동반자적 관계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동거라는 대세에 합류한다. 올해 서울 센서스에 따르면 1인 가구가 20.8%인데 이들 중에 상당수는 동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프랑스와 덴마크의 경우에는 동거가구가 전체가구에 서 차지하는 숫자가 각각 14.4%와 11.5%에 이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표본가구'의 숫자는 점점 줄어서 21세기 후반에는 박물관에서 보호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체가구 중에서 스웨덴에서는 23%, 미국에서는 27%, 네덜란드 에서는 24%만이 표본가구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42.9%만이 표본가구에 속하고, 나머지는 1인 가구, 부부가구, 편부모와 자녀 가구로 살아간다. 결혼제도가 시련을 겪으면서 상당수의 유아들이 결혼제도 밖에서 생산된다. 미국의 41%, 스웨덴의 54.7%, 이탈리아의 20.7%의 유아들은 결혼제도 밖에서 생산된 아이들이다.

이러한 모든 위험한 징후에도 불구하고 결혼제도는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견된다. 왜냐하면 아직도 스웨덴이든 미국이든 모든 국가들에서 사람들의 절대다수(70%)가 '결혼을 신성하고 원하는 희망사항'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지켜야할 언약이 따른다. 그러나 결혼제도 만큼 개인의 성숙과 번영을 약속하는 제도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인생의 바다에서 풍랑을 만났을 때 결혼보다 훌륭한 보험을 제공해주는 '배'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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