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인석 수필가·대전문인협회 회장 |
요즘 둘째가라면 서러운 문화인들의 시답잖은 논쟁이 가관이다. 대전시가 구도심권 활성화 시책으로 '대전예총회관'을 원도심권 내 비어있는 빌딩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일부 문화단체가 발목잡고 나섰다. 시비의 핵심은 이전단체의 간판명칭이다. '대전예총회관'이 부당하니 '대전 예술인회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예총을 비예술단체로 보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예총회관'은 당연히 예술인들의 집합체 사무실이다. 건축, 국악, 무용, 문인, 연예, 미술, 사진, 연극, 영화, 음악 등 10개의 예술인단체들이 함께 입주하게 된다.
이름 그대로 '대전예총'은 5000여 명이나 되는 “대전 시내 모든 예술인들이 뭉친 단체이름”의 약자다. 굳이 '대전 예술인회관'을 주장하는 시비는 사족이다. 정통성으로 봐서도, 대표성으로 봐서도 당연히 '대전예총회관'이 맞다. '예총회관' 명칭사용은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나선 대전 시정(市政)의 위상과 상징성까지도 직결된다. 6대 경쟁도시인 서울, 인천, 부산, 광주는 이미 예총회관이 있거나, 현재 수십억, 수백억씩 들여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매사는 순리나 순서가 있게 마련이다. 문화예술단체라고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물론 '예술인회관'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속셈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법정단체, 임의단체, 전문단체, 취미단체 등의 순차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질서다. 10개 장르, 5000여 회원들의 결집체인 '예총회관'명칭은 정통성, 대표성으로도 우선순위다. 문화시민이라면 누구에게도 시비대상이 아닌,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현실은 구도심권의 심각한 공동화현상이다. 구도심활성화대책은 당연히 시정우선순위가 되어야 마땅하다. 누구도, 또 어떤 방식으로도 구도심 활성화대책에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효율적인 시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한 투자도 당연하다. 더구나 문화시대 정서사회를 선도하는 문화단체의 정도(正道)라면 누구보다도 앞장서 공동화현상으로 우울해진 구도심권의 활성화대책부터 촉구해야 한다.
이제는 먹고, 입고, 사는 의식주문제가 주요정책과제이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누구나 삶의 질(質)을 떠든다. 때문에 글로벌시대의 경쟁력도 삶의 질이다. 문화정책이 앞장서야 높은 수준의 문화도 창출되고, 또 시민들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구도심권에 예총회관 배치는 지혜 있는 시정결단이다. 힘든 시대를 사느라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문화예술정책도 이젠 제자리에 세워야 한다. 시민의 문화수준은 문화예술정책과 밀접하다. 분방해진 문화예술인들이여! 당신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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