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이야기]건축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자

  • 문화
  • 공연/전시

[근대건축이야기]건축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자

  • 승인 2010-11-23 14:18
  • 신문게재 2010-11-24 10면
  • 이희준 대전대 교수이희준 대전대 교수
지금까지 대전이라는 도시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조선인들의 경제와 노동력을 수탈하기 위해, 그리고 자국 거류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자 형성한 '식민도시'였으며, 이 과정에서 대전역을 중심으로 원동, 인동, 중동 일대에 세워졌던 조선침탈을 증언하고 있는 건축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 건축물들이 대부분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대전이라는 도시는 역사와 전통이 오래되었다.

특히, 대전역 뒤편 소제동에는 우리가 잘 아는 조선시대 기호학파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살았던 집(송자고택,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39호, 1653~1661년까지 거주)이 현존하고 있는데, 옛날부터 이 집 앞에는 크고 아름다운 '소제호(蘇堤湖)'가 있었으며 우암은 이 호수가 바라보이는 곳에 집과 정자를 짓고 살았다고 한다.

또한, 이곳과 가까운 가양동, 중리동, 송촌동 등지에도 남간정사, 쌍청당, 동춘당, 옥류각 등 많은 전통문화재들이 남아 있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전통마을 옆에 경부선 철로를 놓고 대전역을 지으면서 소제동 뒤편 언덕, 현재 우송중·고등학교가 위치한 곳에 1907년 '대전신궁(大田神宮)'을 짓고, 1927년에는 이 마을과 오랫동안 함께해왔던 소제호를 메워버리고 대신 인공하천인 대동천을 건설했으며, 송자고택 앞에는 도로를 만들어 전통마을의 모습을 완전히 훼손시켜버렸다.

결국, 일제는 이 지역 조선인들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말살하고 그 맥을 끊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일제는 대전의 '역사와 전통'을 완전히 제거함과 동시에 대전역 남북 축과 대전역과 충남도청을 잇는 동서축에는 식민도시를 형성하기 위한 신시가지를 만들고 일본인들을 위해 관공서, 금융시설, 상업시설, 주거지 등을 건축해 나갔던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조선 식산은행 대전지점(산업은행 대전지점), 충남도청사, 충남관사촌, 철도관사촌, 철도터널, 뾰족집 등은 그 증거물들이다.

그러나 대전의 아픈 기억들을 담고 있는 이 건축물들은 얼마 전 훼손된 '뾰족집'처럼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근대도시 대전'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켜'를 연결해주지 못한 채 대전은 역사의 미아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제 대전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까운 부산과 목포, 대구를 보라. 부산과 목포는 각각 2003년과 2006년도에 동양척식회사 건물을 '근대역사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대구도 산업은행 대구지점 건물을 역사교육의 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근대역사관'으로의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뉴욕도, 런던도 낡은 공장 같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같은 도시공간의 멋진 문화콘텐츠로 재탄생시켜 관광자원화하고 있다.

대전은 더 이상 나그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의 산증인이자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근대건축물들을 활용해 대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나온 역사의 길을 가꾸고 채워나갈 때 '식민도시 대전'의 아픈 기억은 치유되고, 전통과 역사가 함께하는 미래도시 대전의 삶은 더욱 더 풍요로워 질 것이다. /이희준 대전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1.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2.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3.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4.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5.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