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농부의 모습서 인류문명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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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농부의 모습서 인류문명 발견

■ 쌀과 문명

  • 승인 2010-11-23 14:17
  • 신문게재 2010-11-24 12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문명권에 속한 우리는 벼농사라는 단어에서 쉽게 뚜렷한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가을철 호남의 너른 들에 가득한 금빛 이삭의 물결이나 산골짜기의 나지막한 비탈에 다랑논들이 층층이 포개져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무척 친숙하며 동시에 가슴을 벅차게 한다.

이러한 경관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손길로 일구어온 것이지만, 온전히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의 유적들과는 전혀 다른 경외감을 선사한다. 이는 인류가 자연환경과 타협하거나 맞서 싸우며 문명을 이룩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쌀과 문명의 관계에는 여전히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왜 비슷한 환경에서도 어떤 곳은 논농사를 짓고 어떤 곳은 짓지 않는가? 벼농사에 적합해 보이는 환경임에도 벼농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민족이 있는 가 하면 척박해 보이는 환경에서도 벼농사에만 열을 올리는 민족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런 의문들에 답을 하며 쌀에서 인류의 문명을 찾아낸다. 중구에서 고도로 발달한 문명은 벼농사가 적합하지 않은 창링의 북부지역에서 시작됐다. 이때까지 조와 밀을 주식으로 삼았던 중국인의 선조는 이후 남쪽으로 퍼져 나가 양쯔 강 유역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중국 문화를 형성시켰다.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는 기장과 밀을 주식으로 삼던 사람들이 위대한 문명을 형성하고 이후 벼농사가 재배 가능한 인도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는 '쌀의 문명'이 아닌 '쌀과 문명'을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서 쉽게 지나치곤 했던 논의 풍경과 평범한 농부의 모습에서 인류 문명의 놀라운 역동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번 책을 위해 수년간의 현지답사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쌀과 문명, 그리고 그 문명을 일구어낸 사람들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 타이완, 베트남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통적인 벼농사를 통해 나타나는 인간적 풍경도 함께 담아냈다.

푸른길/지은이 피에르 구루·옮긴이 김길훈, 김건/344쪽/2만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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