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법원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사건(대판 2010.7.22, 2008두4367)에서 사내하청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자동차 조립·생산 작업의 의장공정에 종사하면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해온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사실상 불법파견사례에 해당되므로 현대자동차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근로자파견법에 의하면 회사는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올 3월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사건에서도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이가 도급관계라고 해도 원청업체가 노조법상의 사용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말하자면 '실질적 고용관계를 은폐하고 있는 파견,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형태'의 확산에 쐐기를 박고, 원청회사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한 단초와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당시 법원은 현대중공업이 도급계약 해지라는 방식으로 사내하청업체의 폐지를 유도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변화추세에 힘입어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는 현대차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협상을 요구해왔고, 이달 초에는 현대차 사내하청근로자 1900여명이 정규직과의 차별에 따른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대규모 집단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가 연말 노사갈등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주부터 시작된 현대차 울산공장 파업에서는 33세의 사내하청 근로자가 분신을 기도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파업의 정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사용자측이나 정부는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보수적인 대법원이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 줄 정도로 우리 대기업은 직접고용을 해야 할 자리에 사내협력, 사내하청, 소사장제, 위장도급, 불법파견 등 각종 편법을 통해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착취해왔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원청회사의 사업주성을 다투는 사건, 즉 '위장도급' 분쟁이 크게 증가해 왔다.
물론 기업은 필요한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이나 도급, 사내하청, 소사장제와 같은 간접고용형태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고용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회피하고, 단순히 해고의 용이함과 인건비 절약의 목적을 위해 근로자를 간접고용하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주 울산 현대차 하청근로자의 분신기도와 같은 분신사례가 도대체 노동현장에서 몇 번째인지 셀 수 조차 없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경영계는 울산 현대차 파업사태가 조선·전자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 것만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전환과 경영방식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정부 또한 앵무새 같이 '불법 파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다스리겠다'는 엄포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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