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석 대전시립교향악단 사무국장 |
그러한 요인에서 가장 쉬운 예로는 아마도 '드라마 중독'을 촉발하는 심리학적 제작기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기법은 사람들을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을 이용해 착한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촉발시켜 '화나게'하면 된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시청자의 이런 촉발은 여론을 만들고 다음의 내용을 기대하게 해서 다음날을, 또 다음 주를 기약하게 만들어 '드라마 중독'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모든 방송사가 시청률 전쟁의 첨병으로 드라마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드라마가 주요한 일용 오락물로 정착된 것은 방송사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해야 한다. 타 방송사가 사극이면 사극으로 대응하고, 치정극이면 더욱 얽히고설킨 치정으로 치달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치는 가운데 드라마가 생산되고 방영되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 시청률이 오른 드라마라면 고무줄 늘이듯 대본이 늘어나기 십상이고, 조금 시청률이 떨어졌다 싶으면 시청률을 잡기 위한 자극성 화면을 내보내기 십상이다. 그 결과 모름지기 사람들이 빵만으로 살 것이 아니요, 드라마도 봐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가 우리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본인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드라마는 이제 '반드시 드라마라도 봐야 하는 상황'마저 조성된다. 드라마를 안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되거나 심지어 '왕따'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의 일상이 상당부분 TV의 편성표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밤 8시대와 10시대에는 드라마를 보고 9시대에는 뉴스를 보는 식의 생활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이 기괴하리만큼 일사불란한 대중사회의 삶 속에서 우리는 드라마를 보도록 조형되는 것이다.
조형된다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을 말살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개인의 가치관을 상실시키는 '바보 만드는 상자' TV의 대중성 조형에 우리의 삶을 그대로 맡겨 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다행히 드라마 시간대에 우리의 주변 공연장에서는 정신을 순화시키고 미적 가치관을 형성시킬 수 있는 유익한 공연들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공연예술은 드라마의 기법과는 다르지만 그 속에 미적ㆍ표현기법적 양식이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바른 인격을 형성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은 개인적 창조가 아니라 사회적, 집단적 생산에 의한 사회적 생산과 수용에 맞추어 공연됨으로, 오늘날처럼 나만 알고 남을 모르는 척박한 세상으로 치닫고 있는 사회 현상에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피폐한 이 사회에 예술의 향기가 넘치게 하자. 그래서 알게 모르게 개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 예술의 힘이 뻗치게 하자.
오늘부터 우리 각자가 드라마에 길들여지는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함께 살아 생동하는 음악, 연극, 무용 등에 새로운 우리의 조형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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