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1983년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이혼한 부모의 무관심과 ‘왕따’ 신세로 고독한 소년 오웬은 이웃집에 이사온 소녀 에비와 사랑에 빠진다. 마을에는 흉흉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오웬은 에비가 그 사건의 장본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스웨덴 판이 북유럽의 차갑고 투명한 겨울 풍광을 배경으로 아릿하고 처연한 정서를 자아낸다면, 할리우드 판은 뱀파이어물 특유의 서늘한 공포가 가득하다. 결정적으로 스웨덴 판이 뱀파이어 소녀의 아름다운 성장물이었다면 할리우드 판은 소년의 ‘남자 되기’ 성장담이다.
할리우드 판의 미덕은 소년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10대의 가슴 뛰는 시선으로 농밀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소년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빌려와 한 구절을 적어 소녀에게 전한다. “난 사라져서 살거나, 머물러 죽어야 해.” 죽음으로만 맺어질 수밖에 없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충동적이고 미숙한 열정이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으로, 쉽사리 건널 수 없는 한계 조건내의 사랑으로 옮겨옴을 함축한다.
‘클로버필드’로 호러스릴러의 총아가 된 맷 리브스는 원작의 기에 눌리지 않고 자신만의 버전을 만들어냈다. ‘더 로드’의 코디 스밋 맥피와 ‘킥애스; 영웅의 탄생’의 ‘힛걸’ 크로 모레츠의 연기가 압권이다.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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