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페스티발]사랑스러운 ‘변태’들의 향연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페스티발]사랑스러운 ‘변태’들의 향연

■ 페스티발 감독: 이해영. 출연: 신하균, 엄지원, 심혜진, 성동일

  • 승인 2010-11-18 18:41
  • 신문게재 2010-11-19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경찰 정배는 영어강사인 애인 지수와 동거 중이지만 일방적으로 자신의 성생활을 요구한다. 자신이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라고 오해하며 살아간다. 한복 바느질로 딸을 홀로 키운 순심은 보일러가 고장 나 철물점 주인 기봉을 불렀다가 묘한 감정을 느낀다.


취향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같고 다름이 있을 뿐이다. 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이 질문엔 다들 입을 다문다. “당신의 성적 취향은 어느 쪽입니까?” ‘페스티발’은 발칙하게도 당신의 성적 취향을 대놓고 묻는 영화다.

‘천하장사 마돈다’에 이은 이해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페스티발’은 ‘변태’ 커플들의 행진을 소재로 삼은 섹스코미디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사생활만큼은 남다르다. 하나같이 이른바 ‘변태’다.

단아한 한복 의상실 주인 순심은 밤마다 동네 철물점에 들러 채찍을 휘두르며 철물점 남자 기봉과 SM(가학-피학)의 비밀행각을 벌인다. 경찰 장배는 ‘사이즈’가 크다는 근거 없는 자부심을 가진 마초다. 영어강사 애인 지수는 장배의 우악스러움에 질려 ‘용품’을 사들인다. 포장마차 주인 상두는 섹스인형을 진짜 애인처럼 착각하고 산다. 학교 국어교사인 광록은 아내에게 속옷을 사주려다가 여성 속옷에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영화는 이들의 별난 행각을 통해 남몰래 속으로만 꾹꾹 눌러두었던, ‘변태 같은 성적 취향’을 어떻게 당당하게 드러내고 즐길 것인지에 관한 유쾌한 탐구다.

영화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일탈하려는 ‘변태’들의 과감한 애정 행각을 상쾌하게 그려낸다. 베드신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화장실 유머도 거의 없다. 변태들의 좌충우돌이 변태라고 손가락질하는 세상과 부딪힐 때 덤으로 파생되는 통쾌한 폭소가 영화의 재미다.

영화의 인물들도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진 자신이 부끄럽다. 철물점의 기봉은 마스크로 자신을 감추고, 장배는 자신이 부끄러워 괜히 악악대는 거다. 이들은 서로 부딪치면서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기에 앞서 콤플렉스로 비뚤어진 자신을 당당하게 긍정하는 것이 먼저임을 배워나간다.

순심이 딸에게 “세상엔 변태 엄마도 있는 거야”라고 말할 때, 기봉에게 “우리 지옥가자”고 말할 때 진짜 변태가 누구인지, 지옥이 어딘지 드러난다. 남의 취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취향은 옳고 그름이 없다는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천안시 쌍용3동 주민자치회, '용암지하도 재즈에 물들다'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