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셜네트워크]여자친구 때문에 ‘페이스북’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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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셜네트워크]여자친구 때문에 ‘페이스북’ 탄생했다?

■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루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 승인 2010-11-18 18:40
  • 신문게재 2010-11-19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시끄러운 술집에서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여자친구 에리카가 잡담을 나눈다. 조금 의견 차이를 보이는가 싶더니 말다툼으로 번지고, 마크가 에리카에게 감정의 상처를 입히는 지경에 이른다. 마크는 그 자리에서 차이고, 복수심에 에리카를 망신 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다.


‘소셜 네트워크’는 인터넷 세대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만한 잘 만든 영화다. 줄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을 친구로 맺어준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페이스북’의 탄생기. 주인공은 개발자인 괴짜천재 마크 주커버그다. ‘페이스북’이 무엇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애송이 인터넷 영웅 탄생기는 충분히 재미있다.

그저 그런 성공담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을 들이대 풍부한 이야깃거리로 담아낸 시나리오가 흥미롭고, 복잡한 이야기를 매끈하면서 경쾌한 솜씨로 뽑아낸 연출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인간관계와 진정한 소통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영화는 초반 ‘페이스북’의 탄생 과정을 빠르게 훑는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마크는 복수심에 그녀의 가슴 사이즈를 공개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내친 김에 ‘여대생 얼짱 인기투표’ 사이트를 만들어 학교 시스템을 다운시킨다. 이 사건으로 관심을 끌게 된 마크에게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를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마크는 이 아이디어를 더욱 확장시켜 ‘페이스북’을 만든다.

영화가 빛을 발하는 건 이 지점부터다. ‘하버드 커넥션’을 제안했던 윙클보스 형제는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소송을 걸고, ‘페이스 북’을 만드는데 종잣돈을 댔지만 내쳐진 친구 왈도도 소송을 건다.

성공을 둘러싼 이기적인 욕망, 배신 같은 인간 본질이 발가벗겨지는 법정 공방전과 성공 이면의 뒷담화는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영화는 ‘진실’엔 관심이 없다. 방점은 ‘공방전’에 찍힌다. 그것으로 미국 개봉 포스터에 적힌 카피, “몇몇의 적을 만들지 않고서는 5억 명의 친구를 얻을 수 없다”처럼 현실에서의 믿음과 SNS 세상 안에서의 신뢰의 본질을 날카롭게 비교한다.

각본이 애런 소킨이다. 법정드라마 ‘어 퓨 굿 맨’(1992)의 각본을 써 화려하게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2000년대 초를 풍미했던 드라마 ‘네스트 윙’으로 유명해졌다. 갈등과 반목이 손바닥 뒤집듯 벌어지는 정치판 혹은 진실 공방전의 수수께끼 이야기를 능란하게 풀어내는 그가, 아마도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힐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으니 법정 공방전이 흥미로울 건 당연하다. 날선 언어의 충돌은 긴장감 백배, 그가 들려주는 명대사들은 영화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데이비드 핀처는 놀라운 연출력으로 영화에 힘을 불어 넣는다. ‘페이스 북’을 만드는 과거와 소송이 진행되는 현재 시점을 정교하게 직조해 자기모순과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군상의 다양한 문양을 빠른 속도감으로 경쾌하게 그려놓는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무서운 속도로 자가 증식하는 인맥사이트가 가진 아이러니와 역설을 놓치지 않는다.

SNS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하나의 도구 또는 방법에 불과하며,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커뮤니케이션의 관건은 소통하고 싶은 욕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충족시켜주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정보는 아무리 축적되더라도 소통에의 욕망은 충족되지 않고 도리어 허기를 불러일으키지 않던가.

상대를 알고자 하는 욕망은 정보의 공유로 채워질 수 있지만 소통이란 정보의 축적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거다.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 부딪히고 느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감정과 교감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통찰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한다. 마크가 컴퓨터를 빠르게 두드리며 친구추가를 신청하고 끊임없이 화면을 새로 고침하는 손길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메우기 위한 발버둥처럼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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