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영효 산림청 차장 |
불가능하게 여겼던 산림녹화가 성공하자 곳곳에서 찬사가 이어졌다. 유엔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세계적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한국의 산림녹화는 기적이자 개도국의 성공모델'이라고 했으며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 아킴 슈타이너는 '한국의 녹화성공은 세계의 자랑거리'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녹화'에는 성공했지만 '품질관리'는 아직 초보단계이기 때문이다. 우리 산림을 두고 '사람이 들어 갈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지만 잡목만 가득할 뿐 쓸모있는 나무가 적다. 왜 우리 산에는 외국처럼 쭉쭉 뻗은 나무가 없는가'하는 비판이 있다. 지극히 옳은 말이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답답할 정도로 나무가 빽빽한 것은 심어만 놓고 가꾸지 않았던 탓이다. 또 쓸모없는 나무가 많은 것은 땅이 워낙 척박해 그런 나무를 심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낙엽이 쌓여 지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나무를 심어도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러한 바탕 위에 산림청은 세 가지 방향에서 산림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산림을 품격있고 가치있게 가꾸는 일이다. 우선 녹화기에 심었던 리기다, 아까시 등 가치가 적은 나무를 2020년까지 백합나무, 편백, 금강소나무 같은 가치있는 수종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심어만 놓고 가꾸지 않은 조림지는 대대적인 숲가꾸기를 실시해 우량한 숲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나무는 알뜰하게 활용할 것이다. 도로변과 생활권 주변에는 단풍나무 같은 풍치수를 심고 산을 망치는 칡덩굴, 가시박을 없애 산림 품격을 높일 것이다. 벌채를 할 때는 일정 본수의 우세목을 남겨 경관을 해치는 일이 없게 할 것이다.
둘째, 산림을 잘 지키고 이용하는 일이다. 임도를 늘리고 산불, 병해충, 산사태로부터 산림을 보호하며 청정임산물 생산을 늘려 주민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릴 것이다. 도시에 숲을 만들어 쉼터를 제공하고 국민이 산에서 휴식과 휴양을 취할 수 있도록 숲길, 자연휴양림, 숲요양원도 늘릴 계획이다. 산림청은 국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자연과 연계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생애주기형 산림복지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 산과 숲은 건강지킴이로서 국민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셋째, 국제사회에서 우리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우리는 일찍부터 해외조림을 시작해 11개 나라에 제주도 면적보다 넓은 21만㏊를 조림했다. 몽골, 중국, 미얀마의 사막지역에 나무를 심고 매년 개도국 공무원을 불러 사방녹화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처럼 해외 나무심기와 사막화방지를 지원하는 나라가 없기에 국제사회는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내년 10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총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모범적 산림협력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동북아 사막화방지 포럼, 산불방지 네트워크 등에서 국제산림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또 아시아지역 산림분야 동반성장을 위해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창설을 제안해 놓았다. 이 기구가 설립되면 한국은 가장 성공적인 산림분야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산림을 잘 가꾸면 나무 생장과 자연경관을 좋게 할뿐 아니라 수자원과 생물다양성을 늘리고 탄소흡수원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왕가리 마타이는 '숲은 지구의 미래'라고 했다. 산림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사막화방지 등 각 분야에서 하나 뿐인 지구를 지키는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유엔은 내년을 '세계 산림의 해'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칭찬을 받는 산림녹화 성공국이다. 하지만 녹화 성공을 뛰어 넘어 숲가꾸기를 통한 숲 품질관리에도 성공함으로써 우리 산림이 선진 한국의 표상이 되고 지구환경에도 기여해 세계인에게 희망을 주는 녹색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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