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관 |
그런데 예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중앙의 문화예술정책이 담겨진 사업계획까지 함께 내려온다. 레지던스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로 예술위원회가 기획해 예산과 함께 큰 밑그림을 그려 보낸 사업이다. 그러니 재단의 문화지원사업 대부분은 자세히 살펴보면 재단만의 사업이 아니라 그 기금의 원처인 예술위원회에 그 책임의 반이 있는 것이다.
16개 시도에 예산과 함께 통보된 레지던스 사업의 지역적 전개는 동일한 계획아래에서 전개됐다 하더라도 시도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대전의 레지던스 사업은 지난 9월 21일 문화재단 관계자들이 모여서 워크숍을 받는 자리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돼 발표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타 지역에서는 본 사업을 미술기획단체에게 지원하고 그 단체가 작가들을 모집해 레지던스를 운영하는 데 비해 대전은 작가, 기획자, 시설을 별도로 모집을 해서 직접 운영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러니 협력관인 필자가 지역을 돌아 다녀 보아도 작가에게 지급되는 월 재료비가 다른 시도에 비해 2배나 많고 거주 시설 면에서도 쾌적하며 실내온도도 적절하다.
이것은 재단이 직접 주관함에 따라 거주 작가에게 혜택이 높게 돌아간 결과이다. 예술위원회에서도 타 시도에서도 재단이 직접 주관하는 것을 바라는 눈치다. 특히나 서구 용문동에 있는 레지던스 공간 '한마음 아트존'은 임대아파트의 일부가 개조돼 작가들의 작업과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의 커뮤니티 활동, 소외된 아파트의 명품화 등 따뜻한 문화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술위원회에서는 이곳을 대표적인 레지던스 문화공간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사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과학적인 성과관리가 활용되고 있다. 신뢰도와 타당도를 갖춘 측정지표를 개발해 그 정책행정의 성과를 측정, 그 결과를 환류해 보는 것이다. 예술행정도 예외 없이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합리적인 결과를 놓고 평을 한다면 필자도 할 말이 없다.
이런 방법이 너무나 전문적이라서 관련협회 입장에서는 '우리는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냥 레지던스 사업이 진행상 미숙과 획일성 그리고 소통부재라고 봤다'고 할 경우 '문화리터러시(culture-Literacy)'능력을 좀 더 배양해 비평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예술행정을 바라보는 인식체계가 서로 다르니 똑 같은 사실을 놓고서도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천대천세계처럼…. 그러면 인문학적인 방법으로 불교의 공가중(空假中)이라는 삼제관(三諦觀)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삼제(三諦)의 '제(諦)'란 '분명히 살펴본다'라는 뜻이 있다.
즉 공(空·보이지 않는 면), 가(假·가시적인 면), 중(中·전체적인 면)이다. 겉으로 드러난 행정양태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의 진행과정, 그리고 지역의 입장을 고려한 전체적인 문화맥락에서 파악해 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것은 전문적인 방법이 아니라 마음만 좀 더 따뜻한 시각으로 폭 넓게 바라만 본다면 이 세 가지 측면이 다 보일 것이다. 이래야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이 아닌 문화의 리터러시 능력을 발휘해 제대로 사업을 살펴본 책임 있는 단위협회장의 예술비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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