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소통과 나눔 그리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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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소통과 나눔 그리고 행복

[목요세평]김병국 건양대 교수·교육대학원장

  • 승인 2010-11-17 14:24
  • 신문게재 2010-11-18 20면
  • 김병국 건양대 교수·교육대학원장김병국 건양대 교수·교육대학원장
얼마 전 시작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초반부터 선전해 대회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특히 축구에 있어서는 올해가 매우 뜻깊은 해가 될 듯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자 선수들이 외국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에 진출했으며, 그 후 8월에는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3위를 차지하더니, 9월에 열린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는 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 김병국 건양대 교수·교육대학원장
▲ 김병국 건양대 교수·교육대학원장
그 원인을 찾자면 축구협회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감독들의 뛰어난 리더십이다.

이들은 선수들이 즐겁게 즐기면서 축구를 하도록 이끌었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의 말을 경청해서 대표팀 운영에 적극 반영했으며, 상대팀의 비디오를 보면서 선수들에게 이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것은 선수들에게 즐기는 축구뿐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축구를 하도록 이끈 것이다. 이런 것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바탕이 됐으리라 본다. 즉 소통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이룩한 성과인 것이다. 요즘 사회는 이런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초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발표했다. 이 조례는 학생의 인권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현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으며 '대한민국헌법',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체벌'을 금지하고, '복장, 두발 등 용모에서 개성을 실현한 권리', '학교 운영 및 교육청의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과 관련해 자유롭게 선택해 학습할 권리'를 학생이 결정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의 권리가 실현될 때 '소통과 나눔 속에 학생인권이 존중되는 행복한 학교'가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런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으로 경기도 외에 광주, 경남, 부산, 안성, 군포 등이 더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일선 교육계의 우려가 만만치 않다. 우선 교권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학생들을 관리하기 힘든데 그런 조례를 만들면 학생지도는 거의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순천의 모 중학교에서는 여교사와 학생이 서로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고 몸싸움도 마다 않는 일이, 심지어는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면박주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종종 전해진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현 상황에 대해 교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벅찬 업무량에 짐이 하나 더 지워진 듯한 느낌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원인을 살펴보면 또한 수긍이 가는 면이 많다.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성적 비관 자살 4.25배 증가(교과부 2009년)', '청소년 20명 중 1명꼴로 자살 시도(질병관리본부 2007년)', '청소년 2명 중 1명꼴로 자살 생각, 10명 중 1명꼴로 자살 시도(한국청소년상담원 2008년 9월)', '청소년 사망원인 2위가 자살(통계청 2009년)' 이상은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자료의 내용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한참 꿈을 키워나가야 할 시기에 왜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는지 원인을 찾아 그들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더 이상 중·고등학교가 대입준비 기능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학생이 한 주체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어떤 일을 결정해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해줘야 한다. 대학에서도 학생선발 방법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기저에 학생의 창의성이 놓여 있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능력이다. 교사가 학생을 믿어주고 그들의 말을 경청해 반영하고 학생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규율이 엄하다는 체육계에서도 해낸 일이니만큼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보여준 또 다른 희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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