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룡 특허청 차장 |
우선, 가격 측면에서 보면, 2009년 태양전지 시장은 세계 금융위기에도 전년 대비 8.1% 성장하고, 시장규모도 380억 달러에 달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정체가 공급과잉으로 나타나 가격은 전년 대비 38%나 하락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세계 탑(Top) 7개 업체 중 4개를 보유하고 있고, 전세계 생산량의 49%를 차지할 만큼 태양전지 강국으로 부상한 마당에, 중국과 동일한 결정질 태양전지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더욱 확대되어 생사를 건 혈투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
중국을 추격하는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어떠한가? 우선 태양광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변환효율에 있어 우리나라와 중국이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2008년까지의 특허출원 건수를 보아도 총 1521건 중 내국인의 출원이 14%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 확보에 미진하다. 즉, 생산시설 확장을 통한 공급확대와 가격인하 즉, 치킨게임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킨게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일단, 당장의 생존을 위한 결정적 요소는 ‘가격 경쟁력’이 될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 업체들은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2009년 세계 태양전지 가격하락의 빌미가 되었던 결정질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국내 업체 공급가격이 중국 업체보다 20~30% 낮기 때문에 추격의 여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반도체 분야의 절대강자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과 유사한 태양전지 사업에 반도체 분야에서 성공한 경험을 십분 발휘한다면 중국을 예상보다 빨리 추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들은 태양전지 기술이 1세대인 결정질 태양전지에서 2세대인 박막 태양전지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박막 태양전지의 변환효율이 결정질 태양전지에 비해 낮아 상용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으나 박막 태양전지는 적용분야가 넓고, 생산단가가 저렴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고, 아직까지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어 신(新)기술 개발과 특허 획득이 시급한 실정이다.
태양전지 산업은 기업들의 노력뿐 아니라 정책 지원, 소재·장비 기업 육성 등의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에 특허청은 태양전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포함된 녹색기술을 지원하는 지식재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차세대 신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초고속 심사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CIGS 박막 태양전지’에 대하여, 2010년에는 ‘태양전지용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조기술’에 대하여 민·관 합동으로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전략사업’을 수행하여 미래 시장을 주도할 핵심·원천·표준 특허에 관한 지재권 포트폴리오와 이를 구현할 전략을 도출하는 최강의 지재권 확보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지식경제 국가 R&D 전략기획단이 지난 10월 27일 차세대 대형 먹거리 산업 창출을 위한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로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개발사업을 선정·지원하기로 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래 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어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태양전지 산업에서 치킨게임의 승자로 살아남기 위한 해답은 이미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현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과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기술의 선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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