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

고등동물이란 우월감 버리고 생태계 일원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 전달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 승인 2010-11-16 14:10
  • 신문게재 2010-11-17 12면
  • 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강신철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고생물학자로서 리처드 도킨스, 에른스트 마이어, 조지 윌리엄스 등과 함께 현대 진화론의 대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진화는 진보가 아니고 사다리 오르기도 아니고 그저 우연히 가지가 분화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작된 인간 중심 사상은 종교의 탄생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그 한 예로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닷새 동안 만물을 창조하고 마지막에 자기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만든 다음, 모든 생물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성경에 의하면 지구의 역사는 불과 수천 년밖에 안 되고 처음 닷새를 제외하고는 항상 인간이 최고의 지위를 누려왔다. 이러한 인간중심적인 사상이 2000년간 인간의 사고를 지배해 왔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수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의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과학의 발달은 이러한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인간의 오만에 기인했다는 것을 하나씩 증명해 냈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은 지구가 변두리 항성에 딸린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냄으로써 인간이 유한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믿음을 붕괴시켰다. 또 고생물학자들은 인류의 존재는 지구 역사의 마지막 순간(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보면 1~2분)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인간은 광대한 우주에서 티끌보다도 작은 지구에 살고 있다. 지구의 나이는 대략 46억년 정도로 추정된다. 화석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생명은 35억년 전에 박테리아로 시작했다. 그 후 진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최초의 인류가 등장한 이후에도 줄곧 지구상에는 개체 수나 양적인 측면에서 박테리아를 능가한 생명체는 없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있지도 않을뿐더러, '진화'라는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진보'나 '발전'이라는 의미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도 종의 기원 초판에서는 '진화·evolution'라는 단어를 쓰기 싫어했다고 한다. 자연선택의 기본 이론에는 진보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다윈은 원래 '변이를 동반한 상속·descent with modification'이라는 말을 썼는데, 허버트 스펜서에 의해 '진화·evolution'라는 단어가 정식 생물학 용어가 되면서 다윈도 마지못해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다윈은 어떤 생물이 더 고등하거나 더 열등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생물은 다 존재이유가 있다.

저자는 미국의 말 계보를 예로 들면서 경계선의 확장과 위축을 마치 전체 덩어리의 확장과 위축인양 착각하면 완전히 엉뚱한 해석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계한다. 5500만년에 걸친 말의 계보가 보여주는 발가락 수나 어금니 치관 높이의 변화가 우수한 종으로의 진보과정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신체 구조의 변화는 발전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불과하며, 실상 말은 개체수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진화는 커녕 퇴화되고 있다고 한다.

인류의 등장은 지구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매우 지엽적이고 우연한 사건에 불과한 것이지, 진화가 복잡하고 지능이 뛰어난 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한 목적을 향해 달려온 결과가 전혀 아니다. 우리 인간이 고등동물이라는 우월감을 버리고 다른 생물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소중한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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