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구성하기 위해 모인 전문가 집단을 일컫던 이 말은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에 통용되고 있다.
충남에서는 충남발전연구원(이하 충발연)이 도정 운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민선 5기 들어 김용웅 전 원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박진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휘봉을 건네 받았다.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건설의 핵심 전략을 제시할 박진도 원장은 지역 및 농촌경제 문제 전문가로 충남의 농촌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 9일 취임 100일째를 맞은 박진도 원장을 만나 충남 발전에 필요한 전략과 충발연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 생활과 달리 규칙적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생활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박 원장은 지역의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소탈하고 솔직하게 대답했다.<편집자 주>
▲그동안 농촌과 지역 전문가라 자부하며 지역 문제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존 연구를 토대로 정책을 제안하고 상의해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원장직을 맡아보니 생각보다는 지역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 나갈 만한 권한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추진해보고 싶어도 돈과 권한이 없어 별 의미가 없다. 지방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앙 집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런 여건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이 때문에 많이 겸손해졌다.
-중앙집중적인 구조가 자리잡은 원인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수출 위주의 산업에 집중돼 있다. 수출집약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앙 집중적인 발전 전략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불균형 등 지역 문제가 발생해도 지역민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중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지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토의 고른 발전을 꾀하는 균형발전이라는 것도 지역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수도권에 산업 시설이 집중되면서 과밀화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접근하는 등 중앙 관점에서 문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충남발전연구원장직을 맡으면서 지역의 관점에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충남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농업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농촌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충남에서 나타나는 농촌문제는 단순히 충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촌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단순히 농촌만의 문제가 아닌 중앙집중적인 사회 구조에서 파생된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 우리나라는 중앙 집중이 심각하다. 전국을 보면 수도권으로 경제는 물론 정치,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관심이 몰린다. 이는 지방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지방에서도 광역도시로 인구가 집중된다. 도(道)로 들어가도 인구와 산업이 밀집되는 지역이 있다. 충남의 경우 천안ㆍ아산을 중심으로 한 서북부 지역이 그렇다. 이처럼 우리사회 불균형의 모습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중층적이다. 이같은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한 중앙 집중적인 발전 전략 때문으로 중앙만 발전하고 그 외 지역은 쇠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농촌 문제는 이런 현상에서 파생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난 농촌은 계속 쇠퇴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내부에서 순환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과 사람과 물자의 외부 유출을 막아 지역 내에서 순환하도록 하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로컬푸드'와 같은 개념이다. 중요한 먹을거리를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다. 이는 나아가 사회 서비스 부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면 노인문제 등이 심각해 질텐데 지역 내에서 노인 서비스 등을 담당할 사회적 기업 등을 육성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같은 변화를 외생적 발전에서 내발적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부른다. 농촌문제를 포함해 지역 내 불균형 발전은 앞으로 지역 내 자생력을 키우는 내발적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 유치와 같은 외적인 요인으로 발전하는데는 고용창출 효과도 크지 않고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로컬푸드와 사회적 기업 육성 등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민선 5기 충남의 중요한 발전 전략으로 당진항 항만 개발을 통한 중국 교역 확대를 추진한다고 한다. 항만 개발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당진항 등 항만 개발 등을 통한 중국 교역 확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다. 하지만 입지적으로 봤을 때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할 필요는 있다. 중국 인구가 많으니 농산물 수출과 충남이 강점을 갖고 있는 산업의 발전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해안에 중국과 교류할 수 있는 거점 개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경기도나 인천 등이 항만이나 배후 산업단지 조성 등에 앞서 있는 만큼 발전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충발연이 충남의 싱크탱크로서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충발연의 역할과 과제는.
▲원장직을 맡아 내부 조직을 살펴보니 충발연의 예산구조가 도 출연자금보다 수탁사업을 통한 수익이 많았다. 이같은 구조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보다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더 많이 할애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도 출연 기관이다보니 16개 시ㆍ군의 수탁과제도 많아 연구원이 지나치게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충발연이 타 지역 연구원보다 모범적으로 역할을 수행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시간에 생산을 많이 하려다보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점이 아쉬운 점인 것 같다. 또 그동안 충발연이 외부와 교류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기가 가진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내부를 충실하게 하다보니 외부와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열린 연구원을 만들자고 말했다. 단편적으로 그동안 직원들이 사용하던 주차장부터 개방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는 충청권의 학계, 언론, 산업계 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충발연이 지적허브 역할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 특히 도정이나 시ㆍ군정을 이끌어가는데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많이 하는 연구원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앞으로 충발연의 기본적인 발전방향은.
▲충발연이 개원한 지 15년이 지났다. 충남도가 '행복한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도민들과 민주적으로 소통하며 진보적이고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고 시행해'도민의 삶의 질의 실질적 향상'이라는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바로 그 중심이 충남발전연구원이길 바라는 맘이다. 현재 연구원의 전체적인 부서조직의 효율적 운영과 연구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개편작업은 물론 연구과제 개선방안 등을 모색중이다.
-끝으로 충남도와 도민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충남발전연구원장으로 취임한지 100일을 보내며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지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충남도정의 올바른 정책수립을 지원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연구하는 것이다. 또 충남발전연구원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보람을 느끼며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미 민선5기는 시작됐다. 앞으로 행복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결실을 위해 충남발전연구원도 모든 땀과 노력을 보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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