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재래시장과 유통법과 상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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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훈]재래시장과 유통법과 상생법

[중도춘추]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재래시장학회장

  • 승인 2010-11-11 14:39
  • 신문게재 2010-11-12 20면
  •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안개 속에 가려져있던 재래시장 생존 방편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확산을 막기 위한 2개 관련법 가운데 하나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유통법 개정안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SSM이 입점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영점뿐 아니라 가맹점포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재래시장은 전국적으로 1550개이며, 전통상점가는 39개다. 법안은 15일 이내에 대통령에 의해 공포돼 즉시 시행된다.

▲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 이덕훈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그러나 재래시장 반경 500m 안에 SSM 입점을 추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데다 이 법만으로는 반경 500m 밖에 입점하는 SSM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상인들은 그다지 환영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대형마트는 4, SSM은 1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이다. 유통법에서 다루는 범위 밖의 SSM 점포는 상생법의 사업조정 제도를 통해 규제하기 위함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유통법을 먼저 통과시킨 뒤 상생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일괄처리 입장을 갖고 있다. 다만, SSM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상생법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었고, 그럴 경우 한·유럽연합(EU) 간 통상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직후 의견이 대립하면서 부의가 늦어졌다.

2007년 SSM이 본격진출이 시작된 후 2년여만에 SSM 업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 슈퍼, GS슈퍼의 빅3는 3배나 증가했고 시장점유율은 2배로 늘었다. 반면 150㎡ 이하인 소형슈퍼마켓의 점포수는 약1만 5000개정도 줄었다. 이렇게 중소상인이 타격을 받고 있는데 FTA운운하며 상생법처리불가 발언은 대기업은 살고 중소상인은 피해를 입어도 좋다는 말처럼 들려 친서민 정책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상생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법의 허점을 노리고 가맹점을 이용한 변칙적인 방법으로 SSM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 정말 문제다. 그러나 상생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중소 상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업조정을 통해 입점을 늦출 수는 있지만 이미 문을 연 SSM에 대한 제재가 어려운 데다 사업조정 범위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직권조정 결과의 강제력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SSM 문제의 해법은 등록제 수준을 넘어 SSM에 대한 입점 허가제를 도입하고 이후 중소 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도 300㎡이상 점포개설시 허가를 맡아야하고 이태리도 대규모소매점은 주정부의 허가사항이고 우리의 법안에 대해 문제를 삼았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본고장인 영국은 PPG(Planning Policy Guidance, 도시계획 정책 가이드)가 있어 중심시가지의 대형소매점 입점을 규제하며 반드시 기존상권의 '중소소매점에 대한 영향조사 보고서'를 입점예정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독일은 10%가이드라인제가 있어 기존상권의 매출액이10%이상 타격을 받을것으로 예상되면 허가를 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강력한 서민보호정책이 있는데 우리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기업형슈퍼나 대규모마트를 규제하는 허가제도입은 WTO와 헌법에도 위배되지 않으며 FTA와도 관계없는 일이다.

물론, 글로벌시대에서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상인들의 업종차별화정책과 기업가정신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의 통합적인 중소상인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재래(전통)시장은 중소기업청, SSM은 지식경제부 소관 이다보니 서로 소통이 활발치 못해 실태파악이 취약하며 대책 역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재래시장을 살리려면 자국민 우선보호라는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법안통과 후에도 지속적인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잊혀졌던 재래시장과 중소상인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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