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8년 동안 유독 대전고 출신 인사만 회장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10일 적십자사 대전·충남 지사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올해까지 회장 자리를 거쳤거나 현재 지내는 인사는 모두 4명이다.
1992~1998년 사이 3년 임기의 회장직을 두 번 수행한(23~24대) 이면상 전 회장은 대전고(25회) 출신이다. 이 전 회장을 이어 1998년 취임한 한만우 전 회장 역시 같은 학교(34회) 동문이다. 한 전 회장도 25~26대 회장직을 연달아 맡았다.
2004년부터 올 11월까지 27~28대 회장을 연임한 박건영 전 회장도 대전고 (42회) 졸업생이다. 박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9일 취임한 민경용 현 회장도 이 학교(43회) 출신이다. 민 회장이 연임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임기는 오는 2013년까지로 무려 21년간 대전고 동문이 지역 적십자사 총수 자리에 머무는 셈이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지역 내에 대전고만 있는 것이 아닌데 장기간 특정고교 출신이 회장직을 독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조직 내 의견이 특정 학맥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전고 독식현상을 거꾸로 보면 이 학교를 제외한 다른 학교 출신은 적십자사 활동에 공헌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어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전·충남지사 관계자는 “그 기간(1992~2010년)에는 대전고 졸업생들이 사회 리더층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회장에 선임된 것 같다”며 “또 대전고 출신들은 지사 활동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은 고교 평준화가 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이같은 현상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십자사 대전·충남 지사는 대한적십자 조직법에 따라 만들어진 정관에 의거 상임위원회에서 회장을 선출한다. 추대된 회장은 대한적십자 총재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한편, 대전·충남 지사는 1992년 이전 회장을 역임했던 7명에 대해선 출신고교를 밝히지 않고 대전고 출신은 없다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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