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숭동 전 대덕대 총장 |
이렇듯 G20의 개최를 계기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또 생각케 하는 무엇이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를 규정하던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는 칭호는 최근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를 선진국으로 보는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럼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가들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한 중간쯤에 있는 신흥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 같은 것을 떠나서 우리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좀 부족한 점이 많이 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비하적 상황논리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것들을 재점검해 봄으로써 불합리하고 왜곡된 것들을 바로잡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 하나가 교육 시스템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교육문제 하면 단연 사교육 열풍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져 정말 중요한 한 가지에는 거의 눈을 감고 외면해 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 우리 자녀들은 중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국제학교 등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정된 학교에 입학한다. 입학한 학교가 모두 공립학교라면 또 모르겠는데, 문제는 사립학교에도 같은 절차에 따라 배정된다는 것이다.
배정된 사립학교가 좋은 학교여서 오히려 행운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경우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사립 중·고교는 학생 확보를 비롯해 사실상 공립학교와 다를 바 없이 공적 지원을 받지만 교원채용과 학교 운영은 학교재단에 맡겨져 있어 교육의 질을 확보할 장치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다 근원적인 사실은 학생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립학교의 설립 목적과 운영상의 이념이 학생들에게 강요되는 구조 자체가 우리의 미래인 어린 학생들의 헌법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봐넘기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부조리에 있다고 생각된다. 사립학교에 배정되더라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를 거부할 제도적 장치도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하루바삐 개선하고 청산해야 할 관료적 권위주의의 잔재임을 모두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물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사교육 문제와도 관련해 하나의 대안적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사립학교에 대한 공공지원과 통제를 중단하고 사립학교를 사립학교답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대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사교육 주체들로 하여금 재정난에 처한 사립학교를 인수하거나 신규 설립할 수 있도록 권장하여 사교육을 사립학교를 통한 공교육으로 흡수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모든 국가 교육재원은 공립학교를 통한 공교육 충실화에 돌려 모든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국립사범대학 부속중·고교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며, 아울러 특성화·전문계 직업교육과 인문교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사교육과 공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양립하는 체제에서 공립학교 교육과 사립학교 교육이 양립하는 체제에서 교육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국민의 선택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교육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교육도 어느 한 쪽의 이념이 승리하여 해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의 교육시스템도 다면적 융합을 통한 창의적 문제해결의 발상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경제적인 빈·부의 차이가 교육시스템의 차별이 야기할 수도 있는 불합리성을 최소화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번 G20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현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재점검하여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시험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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