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민간인 희생 유형별로 아직 진실규명을 하지 못한 과거사 진실규명 신청사건 숫자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5년간 10건 중 7건 이상(75.8%) 진실을 밝혔지만 이에 대해선 진실 규명 불능으로 남겨뒀다. 대전역 폭격사건 등 충청지역 미군 폭격 사건 11건도 이에 포함돼 있다.
억울한 영혼을 달래기 위해 과거사 진실규명 작업이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곧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2005년 5년 한시법인 과거사법 제정과 함께 출범한 진실화해위 활동이 오는 12월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과거사법 제40조에 따르면 정부 출연금을 통해 진실화해위원회 후속기구 격인 과거사연구재단 설립이 가능하게 돼 있다. 그러나 유족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후속 기구 발족 움직임은 거의 없다.
조동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사무국장은 “과거사법에 따라 권고사항을 이행할 수 있는 기구 설립 등 후속조치를 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러한 움직임 없어 매우 난감하다”며 “올해 말 후속조치 없이 진실화해위가 문을 닫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이어 “후속기구 설립으로 미신청자들에 대한 접수 등을 통해 과거사 규명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유해 발굴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전국 유족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과거사 문제와 관련, 피해자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모두 100여 곳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10여 곳에 그치고 있다. 발굴된 유해를 안치할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충북대 전산정보원 건물 안 임시안치소 1곳에 시신을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유족들은 이같은 점이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사 진실규명을 위해 지역 차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다.
시급한 문제는 지자체 내에 이러한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60년 만에 진실이 규명된 '서천 판교' 사건의 경우 서천군수가 지원 의사를 비추기는 했지만 이를 전담할 조직은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 상급 기관인 충남도 역시 이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근리' 사건 후속조치를 위해 영동군청 내에 전담조직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가족 명예회복을 위한 법률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현웅 변호사는 “(민간인 학살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국제법상 민간인 학살을 금지한 전쟁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차후의 피해자 명예회복과 위로는 국가의 책무다”라고 주장했다.
문 변호사는 이어 “이를 위해선 피해자의 손해배상을 위한 조항이 현행법에 명시돼 있지 않는 등 미흡한데 앞으로 (국가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 /강제일·이희택·서천=나재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