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음반이 특별한 것은 외국인 지휘자에 의한 음반이라는 점과 바로크음악의 원전연주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음반을 보는 시각은 이 두가지면에서 과연 예술적 완성도를 가졌는가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음반에는 헨델의 '주께서 말씀하시기를'과 함께 비발디의 '주여 속히 나를 구하소서 Domine ad adjuvan dum me festina'와 로티의 '크레도 Credo in F major'등이 수록되었고, 녹음은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지난 3월 연주를 앞두고 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녹음에는 대전시립합창단과 바로크합창 레퍼토리 연주 때마다 호흡을 맞춰온 바로크음악 전문악단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바로크오케스트라', 독창자로는 세계적인 카운터테너로 주목받고 있는 이동규, 소프라노 석현수, 조윤조, 대전시립합창단의 테너 김지욱, 바리톤 유승문 등이 함께 참여했다.
대전시립합창단의 예술감독으로 외국인 지휘자가 처음 위촉되었을 때 우려의 시각이 있었다. 오케스트라와 달리 합창음악이 언어가 중시되는 음악이고, 국내합창계에서 외국인 상임지휘자의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술감독 빈프리트 톨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고, 한국합창음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이러한 점을 이 음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음반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한국합창단, 한국악단에 의한 원전연주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예술적으로 완성했는지다.
이 음반에서 대전시립합창단은 한국인에 의한 원전연주(?)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바로크적인 음향과 표현을 훌륭히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황연주에서 느껴왔던 빈프리트 톨의 뛰어난 균형감과 구축력도 역시 이 음반에서 돋보이고 있다. 대전시립합창단의 연주라는 정보없이 이 음반을 감상한다면, 선입견없는 이 음반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본고장의 연주해석을 중시하는 바로크음악의 원전연주에서 결코 한국인에 의한 원전연주라는 점이 드러나지 않는 충실한 원전연주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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