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봉 한국특수메탈 대표 |
생산현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면서 기계와 사람을 적절히 활용해 완성품인 차를 생산해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수많은 노하우가 그 속에 녹아있다. 조립라인을 바꾸고, 공정 하나에 변화를 주어도 빚어지는 결과는 사뭇 다르다. 경험과 과학적 근거를 통해 생산현장을 구축해 간 것인 만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고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유연한 사고와 능동적인 대처를 강조하는 기업이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품질이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숙원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품질이라면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러나, 1등 품질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자금과 인력, 정보,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기술개발에 올인하기 어렵다. 요즘 들어 “기업가 정신이 후퇴했다” 혹은 “모험적인 기업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걱정과 질타를 듣는다. 기업가란 창조적이며 모험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100% 공감한다. 변명이지만,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설비와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투명성, 경쟁심화 등으로 앞으로의 경기를 자신하기 어렵다. 둘째로,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재무구조 중시 풍토로 기업가의 도전정신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미래보다는 단기적인 실적과 재무구조개선에 주력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들은 현금보유비중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 결과 투자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셋째는 투자환경과 대상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어느새 우리의 단위노동비용과 국내 공단 분양가격은 경쟁국을 넘어서 일부 선진국보다 높아졌다. 게다가 높은 임금과 불안한 노사관계로 생산입지의 경쟁력이 둔화된 것도 기술투자를 꺼리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투자가 수요를 만들고 공급이 확대되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업가는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기술투자의 '개방과 연계'다. 대기업에 비해 내부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중소기업의 약점을 적극적인 개방과 외부와의 연계로 극복하자는 것이 그 골자다. 자사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부기업에서는 연구개발 파트너에게 회사를 완전히 개방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을 핵심기술과 주변기술로 분리해 정책을 펴나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된다. 핵심적인 기술은 내부에 갈무리하고, 주변기술은 공동의 몫으로 돌리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기술개발을 기업만의 몫으로, 또 정부당국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투자와 기술개발을 많이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매출의 5% 이상을 기술개발에 사용하고, 기술개발의 5%를 순수 기초연구에 사용하는 것을 관례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이 최상의 조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비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발전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기술투자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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