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제상 (사)미래물문화연구소 이사장 |
정부정책은 국가장래를 예측하고 미래에 발생할 문제들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의 책무다. 특히 물 문제는 자연환경과 연계되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통제하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목전에 벌어지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태국을 비롯한 유럽의 홍수피해와 세계 곳곳의 물 부족 사태를 보면서 물 문제를 미리 대처하는 것은 슬기로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하천관리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 했다. 치수사업과 수질개선 사업 등 수 십년 동안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매년 홍수 때마다 재해가 발생하고, 수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게 되었다. 이것은 하천의 특성상 집중적인 투자로 종합적인 하천관리 사업을 시행하지 못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종합적이고 집중적인 투자와 국민적 관심이 함께하는 사업으로 그 어느 때 보다도 정책의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른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생태계 파괴에 대해서는 생태환경을 언급하는 이들에게 판단의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18세기 중엽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에 화전민들의 개간으로 강에 토사가 많이 쌓여 뱃길이 막힐까 걱정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의 금강도 역사적으로 강경까지는 400석, 규암까지는 200석, 공주까지는 100석, 부강까지는 60석의 미곡을 실은 선박이 출입할 수 있었던 뱃길이었다. 1925년 지형도(5만분의 1)를 보면 부여 세도면 반조원나루의 수심은 2.5m, 부여 장암면 두래미나루 2.5m, 공주 탄천면 대학리나루 1.5m, 청양군 목면 어천리 놋점나루 2.0m, 강경 황산대교 5m, 강경포 주변은 3m이고, 부여 규암면 규암리 포구는 10m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과거의 금강을 보면서 현재의 금강 본류를 건강한 생태환경으로 보는 시각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洑)를 설치하는 논란도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인 만큼, 수변경관과 수질개선 그리고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성공할 수 없다면 금강 살리기 사업이 무의미 할 것이다. 현재도 많은 담수호 들이 도시하수처리와 비점오염원을 적절히 처리할 경우 담수호 수질관리가 가능하며, 금강에 건설되는 수중보는 댐과 달리 상·하류의 다양한 물 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다.
예정대로 금강 살리기 사업이 추진되면 향후 주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우리의 강은 치수위주로 관리되어 왔으며, 육상교통 위주로 교통망이 재편되면서 강변의 문화유산은 대부분 방치되어 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우리의 삶의 터전이면서 역사와 문화가 함께 발전되고 마음의 안식처로서 역할을 해온 강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뱃길이 사라지고 포구들이 하나둘 폐쇄 되면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강은 쓰레기나 버리고 홍수가 나면 물 나가는 통로로 전락되고 말았다. 이제 우리고장의 젖줄인 금강을 살리는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변경관이 아름답고 접근성이 뛰어나며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그리고 정서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을 통해서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으로 믿는다.
국가의 정책을 결정 하고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여론은 정책수립과 시행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지만 포퓰리즘에 휘둘리면 객관성을 잃고 결국은 그 손해가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점을 우리는 잊지말고, 21세기 물의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금강 살리기 사업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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