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현재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주부다. 공저인 남편은 현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1979년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은 비좁은 안방에서 지적 소양을 쌓기 시작했다. 남편의 취미가 전 세계 엽서를 모으는 일이었고, 부인은 엽서들을 감상하며 상상 속 외국여행을 즐기곤 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부인의 유럽 여행을 추진했다. 이유는 '알뜰한 그대여, 당장 유럽으로 안식휴가를 떠나라'라는 것이었다.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럽으로 떠난 저자는 유럽의 역사와 미술, 문학, 음악 등을 저자만의 감성으로 풀어냈다.
여행하면서 유럽의 서정적 풍광에 마냥 현혹되거나 묻히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나폴리가 아무리 아름다운 항구라지만 한국에는 통영이 있음을 넌지시 알리고, 프랑스의 '톨레랑스'정신을 말하면서 신영복의 저서 『강의』에서 언급한 논어의 '화이부동(和而同)'을 거론하며 톨레랑스와 화이부동이 궤를 함께하고 있음을 갈파한다. 크로아티아의 가바노바체 호수를 바라보며 소동파의 시 '적벽부'를 떠올리는가 하면 노르웨이의 '솔베이지 노래'가 여성을 중심에 둔 것이라면 김시습의 '별추강'은 사내들의 진솔한 고뇌를 담아내는 노래라고 언급,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문학과 예술의 지적 향연을 벌였다.
이번 책에는 남편의 저자 사랑도 그대로 배어난다. 남편은 평생 반려자인 저자에게 파블로 네루다의 시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를 바친다. 이야기의 무대는 유럽이지만 이 책의 본질은 부부의 사랑이 지적 교류와 교감에 의해 얼마나 길어질 수 있는지 입증해준다. 더욱이 본문에 등장하는 여행지의 주요 사진은 30여 년간 100여 개국의 그림엽서를 5000장 정도 모은 남편의 귀한 자료를 십분 활용했다.
멘토/지은이 민선옥·황용희/454쪽/1만5500원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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