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진 희생' 진실규명 계속돼야

  • 사회/교육
  • 미담

'묻혀진 희생' 진실규명 계속돼야

■ 아물지 않은 전쟁 상흔 ②억울한 영혼 한을 풀자

  • 승인 2010-11-08 17:48
  • 신문게재 2010-11-09 5면
  • 강제일.이희택.서천=나재호 기자강제일.이희택.서천=나재호 기자
“위령제라도 지낼 수 있다면 작은할아버지의 원한을 달랠 수 있겠는데….”

'서천 판교' 사건 당시 작은 할아버지(지응용·당시 61세)를 잃은 지왕병(51)씨는 간절한 심정을 이같이 밝혔다.

'제삿밥' 차려줄 아들도 없이 훌쩍 떠난 고인이 가여워 조부 제사 때 위패를 함께 모신다는 지씨는 “그렇게라도 되면 지하에 있는 작은할아버지가 환하게 웃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지역에서 미군 폭격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진실화해위에 신청된 13건 중 유일하게 진실이 규명된 '서천 판교' 사건(2건)의 공식 희생자는 15명.

진실 규명 불능으로 결정된 나머지 11건의 희생자 27명까지 합치면 모두 39명이 미 전투기 무차별 사격에 목숨을 잃었다.

이는 공식 희생자 집계일 뿐 실제로는 수백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연 누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지하에서 수많은 영혼이 통곡하고 있는 셈이다.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충청지역 미군 폭격 피해자의 사무친 원혼은 자손들이 1년에 한 번 지내는 제사로 달랠 뿐이다.

위령제는 고사하고 진실을 전후세대에게 알리려고 하는 노력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활발히 위령 사업이 진행되는 다른 사건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로 일대에서 미 전투기에 의해 300여 명이 학살된 '노근리' 사건은 지난 2004년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한 이후 진상이 규명됐고 미국의 사과까지 받아냈다.

올해에는 발생 60년을 맞아 합동 위령제가 열릴 예정이다.

또 전액 국비가 투입돼 위령탑, 평화기념관, 교육관 등이 들어서 '노근리' 사건의 교훈이 후대에 전달하게 된다.

'대전 산내학살' 사건 역시 위령 사업이 활발하다.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 3400여 명이 국군과 경찰에게 학살된 이 사건은 올해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이 규명됐다.

진실 규명 이전에도 시민단체와 유가족들은 위령제를 매년 실시, 올해로 벌써 11회를 맞았다.

특히 올 위령제에선 가해자 측인 경찰이 나와 추도사를 밝히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 간 화해의 노력도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선 '서천 판교' 사건 등 충청지역 미군 폭격사건 피해자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 당국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진실화해위 활동에 관여한 이화여대 사학과 정병준 교수는 “가해자 여러 가지 문제, 희생자 위령 사업, 배상 및 보상 등을 (후대에)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예컨대 가칭 과거사총정리 재단 발족과 교육사업 진행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제일·이희택·서천=나재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AI디지털교과서 논란 지속, 교사들 "AIDT 사용 거부" 선언까지

AI디지털교과서 논란 지속, 교사들 "AIDT 사용 거부" 선언까지

2025년 3월 일부 학년과 과목에 도입될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AIDT)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교사들이 AIDT 사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11월 29일 교육부의 AIDT 채택을 앞두고 정책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일 AIDT 거부 교사 선언을 천명하고 12월 3일까지 서명을 받는다. 시작 이틀 만에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전교조는 AIDT 도입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 정책이 시작되는 데 반대하며 사용 거부, 채..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