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는 체육회 간부는 물론 동호인 체육을 관장하는 생활체육회 간부, 가맹경기단체 관계자 공무원, 일선 학교 교사, 체육용품 업자까지 연루됐다.
장기간 조직적으로 범행이 벌어졌음에도 관리 감독해야 할 해당 지자체는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감사시스템의 부실도 드러냈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지자체가 지원한 체육예산을 횡령한 모 지역 생활체육회 간부 백 모(47)씨를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또 공범 윤 모(46)씨 등 2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 수억원대의 체육대회 참가비, 훈련비등을 조직적으로 횡령해온 충남 모 지역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8일 오전 충남경찰청 기자실에서 담당 형사가 사건관련 브리핑을 하고있다./손인중 기자 dlswnd98@ |
경찰에 따르면 백씨 등은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종목별 체육대회 참가 및 개최 교육사업 등에 쓰이는 체육 예산 지원금 가운데 모두 2억 4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체육관련 물품 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영수증 또는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으로 지자체 예산을 빼돌려 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허위 문서 작성을 위해 각종 문자를 조합할 수 있는 이른바 '만능 도장'까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관련 업체들과 수의계약을 하면서 그 대가로 차명계좌 등을 통해 금품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받기도 했다. 때로는 체육행사 개최를 빌미로 지역 공기업, 자영업자 등으로부터 기부금품을 모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횡령한 체육예산은 1억 3000여만 원, 사례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8000여만 원, 기부금은 3200만 원을 모집했다.
입건자 직업별로는 체육회, 생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관계자가 14명, 가맹경기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현직 공무원 3명, 일선 학교교사 3명, 거래처 업주 6명 등이다.
양철민 충남청 광역수사대장은 “수년간 범행이 이뤄지는 동안 체육 예산을 관리 감독해야 할 해당 군청은 이같은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며 “지출결의서 등 서류로만 예산 집행 내역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타 시·도 체육단체 또한 이와 유사한 범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하기 이전에는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시인한 뒤 “그러나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해 봤을 때 경찰 수사 결과처럼 이들이 지자체 예산을 유용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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