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꿈나무들 돈 없어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죠"

"체육 꿈나무들 돈 없어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죠"

■ 박도봉 동양강철회장.대전시가맹단체협의회 회장

  • 승인 2010-11-04 19:38
  • 신문게재 2010-11-05 9면
  • 대담=권은남.사진=지영철 기자대담=권은남.사진=지영철 기자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부인과 직원 한 명으로 시작한 구멍가게 수준의 공장 대표에서 현재는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매출 8000억 원을 바라보는 대전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동양강철 박도봉(51)회장.

은행원이나 교사가 되기를 기대했던 부모의 뜻을 뒤로 하고, 월 2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는 열처리 공장 직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공장에서 몸으로 배운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2년 후 사장으로 변신한 박도봉회장은 지난 2002년 부도에 처한 동양강철을 인수, 친환경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며 대전의 대표 기업인으로 거듭났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 노력을 동력으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성공스토리를 일궈낸 박도봉회장이 지역 체육 꿈나무들의 서포터로 또 한 번 변신했다. 대전 대표 기업인으로, 대전 체육 꿈나무들의 서포터로 변신한 박도봉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체육 꿈나무들의 버팀목으로,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체육 꿈나무들과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2004년 대전시 테니스협회장을 맡으면서 어린 선수들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 운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운동화를 살 돈이 없어서, 전국대회에 출전할 경비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며 꿈을 접는 선수들을 지켜봤다.

돈이 없어서 어린 선수들이 꿈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테니스뿐 아니라 일부 인기종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운동선수가 넉넉하지 못한 가운데에서도 어렵게 꿈을 키워가고 있어, 꿈나무들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테니스협회장에 이어 대전시경기단체체협의회장을 맡으면서 대전의 체육 꿈나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소개해 달라.

▲대전시 경기단체협의회는 대전시 체육회 산하 40여 가맹 경기단체 회장들이 모여 대전체육의 발전과 선수ㆍ지도자들을 지원하려고 만들었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낸 후원금 등을 모아 매년 선수와 지도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5000만원 장학금 및 격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 번에 큰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종자돈을 모아 꿈나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몇 십만 원의 전국대회 출전 경비가 없어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그로 인해 뒤처지고 기를 펴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의 기를 살려줘야 대전체육이 발전하고 대전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체육 꿈나무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미래 투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투자 없이는 성과물도 없다.


-지역의 체육 엘리트들을 지역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갖게 됐나?

▲예전에 미국에서 지역의 동호인들이 자기 동네 엘리트선수를 지원하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미국은 동호인들이 테니스나 축구 등 취미활동을 하면서 모은 경비 중 일부를 동네 엘리트 선수들에게 지원, 지역 꿈나무들을 지역민들의 손으로 보살피며 육성하는 것을 봤다.

동호인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들어준 테니스장과 축구장 등 경기시설을 이용한 대가를 지역에 환원하기 위해 지역 체육 꿈나무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안 된다.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가치로 따질 수 없다.


-체육 꿈나무 후원을 비롯 지역사회 많은 기부활동을 하고 있는데 구성원들의 반발은 없었는지?

▲기업의 사회환원은 기업의 윤리이자 의무이다. 대전에 터를 잡고 모 단체에 1억 원을 기부했더니 회사 게시판이 난리가 난적이 있다.

‘기부할 돈으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더 주지’라는 직원들에게“ 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우리는)먹고사는데 어려움은 없다. 대전사회에서 중간 정도의 삶을 산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세끼를 못 먹는 결손 가정 있고 운동화 살 돈이 없어 운동을 못하는 애들이 있다.”고 설득해 오해를 풀었다.

우리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수송을 위해 하루 100번 이상 화물차가 왔다갔다한다. 기업체는 지역의 인프라를 이용하며 돈을 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해 이제는 직원 모두가 공감하고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예전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나?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합기도와 태권도를 조금 했다. 대학 다닐 때에는 1년 365일 가운데 100일을 산에 보낼 정도로 산악회 활동을 했다. 어쩌면 당시에는 산에 미쳐서 산 것 같다. 대학시절 전국의 웬만한 산은 모두 등반한 것 같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산에 오른다. 주말이나 휴일 김밥 한 줄 싸고 물 한 병 들고 집에서 가까운 계룡산과 계족산 등에 간다. 시내에서 1시간 거리에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 많은 대전은 살기 좋은 곳이다.


-기업경영과 체육의 닮은 점이나 경기단체협의회장을 역임하며 느낀 점은?

▲모든 분야가 본질적으로 비슷하지만, 기업경영과 체육은 닮은 점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스포츠에서 많은 경영이론이 발생하는 것 같다. 기업인이나 체육인은 혼을 담아야 한다. 혼을 담아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은 성장할 수 없고 체육인은 월계관을 쓸 수 없다. 또 대충대충 해서는 절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기업경영과 스포츠이다.

일류기업, 유명 스포츠 스타라 해도 실력만 믿고 트레이닝하지 않으며 삼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나 스포츠는 이름값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스포츠스타도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레전드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기업경영을 스포츠와 많은 비교하는데, 예를 들어달라

▲기업경영이나 스포츠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무엇보다 최고의 선은 신뢰다. 기업이나 스포츠 역시 조직원간 신뢰 간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경영자와 종업원, 감독과 선수 간에는 맹종하다시한 신뢰관계에 있어야 성공한다.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종업원이나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CEO의 역량이며 감독의 용병술이다. 구성원간 신뢰는 말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2002년 부도에 처한 동양강철을 인수할 당시, 직원들은 점령군처럼 비친 젊은 사장인 나를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전직원들에게 회사경영 상황 등 직원들에게 모든 것을 오픈했다. 장갑하나 구매가격부터 자금흐름 등 회사경영에 관한 정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공개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쇼 한다.’라고 말했지만 한 달, 두 달, 1년 동안 이를 계속했다. 경영정보 공개와 더불어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숙식하며 말이 아닌 몸으로 이야기해, 신뢰가 쌓였고, 오늘날 동양강철이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동양강철을 스포츠팀에 비교한다면 어떤 팀이라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드림팀이다. 주가가 말해주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했던 동양강철이지만 주식사상 처음으로 재상장에 성공했으며,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현재는 6000원이 됐다.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원들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신 뛸 수 없는 것 처럼 오너가 다 기업의 A~Z까지 다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너인 나보다 경영을 잘하는 사람은 영입해야 한다. 감독이 모든 것을 다한다면 코치가 필요없는 것이다. 동양강철이 부도의 늪에서 벗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구성원 모두 맡은 바 책무를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 경험이 풍부하고 국제적인 감각을 지낸 경영자 영입과 근속 연속 30년이 넘는 현장사원들의 남다른 애사심이 동양강철의 최대자산이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객관적으로 열세인 불리한 역경을 딛고 승리를 거두며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할 때 모든 사람은 진한 감동을 느낀다. 기업이든 체육이든 구성원들의 신뢰할 때 감동을 줄 수 있다.

지역의 체육 꿈나무들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주는 것이 감동을 주는 드라마의 첫발이라고 생각한다.


※ 박도봉 회장은 누구?

△생년월일 : 1960년 충남 금산 출생

△학력 : 목원대 상업교육과 졸업, 숭실대 대학원 중소기업노사지도과 1년 수학, 충남대 최고경영자과정, 서남대 경영행정대학원 석사, 목원대 행정공공정책과 박사과정,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경력 : 광덕열처리 사원(1987~1988년), 장안종합열처리 대표(1988~1995년), 한국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1994~2000년), ㈜케이피티 회장(1995~현재), 산자부 기술개발기획평가단 평가위원(1998~현재), 한국열처리공학회 부회장(2000~2003년), ㈜동양강철 회장(2002~현재), 한국열표면처리연구조합 이사장(2004~2006년), 대전시테니스협회장(2004~2009), 한국알루미늄압출공업협동조합 이사장(2006~2008년), 대전시경기단체장협의회 의장(2007~현재),목원대 총동문회장(2009~현재)

상훈 : 중소기업진위향상 및 국가발전 상공자원부 장관상(1994년), 제6회 열처리경진대회 국무총리상(1998년), 석탑산업훈장(2006년), 행정안전부장관 감사장(2008년), 최고경영자대상(대한경영학회, 2010년),한빛대상-지역경제발전 부문(대전MBC,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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