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문제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국가, 지방정부 및 의료기관들이 느슨한 상호관계 속에서 개별적으로 투자에 나서다보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외국인환자 유치병원으로 등록한 의료기관 숫자만 해도 2000개가 넘는다. 이들 중 몇몇 병원들은 개별적으로 외국 지점망을 통하여 홍보를 하거나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 형편이다. 해외마케팅 또한 한 번 다녀간 외국인 환자들의 입소문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계획에 관한 정보가 사전에 공유되고 체계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만 타 산업에 대한 긍정적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관광산업에 대한 투자로부터 유인될 수 있는 시너지효과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생산유발효과에서부터 부가가치, 근로자 보수, 영업잉여, 수입, 고용 및 취업유발효과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따라서 정부가 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관광산업을 성장이나 분배, 고용과 취업정책들 중 어떤 분야를 위한 지렛대로 주로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각각의 미시경제 단위 차원에서 좀 더 구체적인 의료관광사업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판단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싱가포르, 태국, 인도와 같은 국가들의 경우에는 기존의 관광산업에 의료서비스를 접목시킨 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파크웨이 그룹 등 영리병원들은 외국인 환자가 싱가포르를 방문할 경우 관광가이드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통해 진료기간 동안 가족이나 보호자에게 국내 관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미국인 환자들이 애용한다는 태국의 범릉랏 종합병원은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부유 계층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활기찬 삶'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마케팅에 나서 탄탄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이 병원은 전 세계 노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등으로 질병을 미리 진단한 뒤 환자 개인특성에 맞게 호르몬 치료법이나 노화방지 프로그램,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국사례를 통해 볼 때, 의료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은 물론 글로벌 정서에 맞는 관광자원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보는 한국 의료관광산업에 대한 시각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의료기술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지도도 생각보다 높지 않으며 관광자원 역시 빈약하다는 평가다. 또한 접근성 측면에서 공항이나 천혜의 자연경관 주변에 위치한 유명 병원도 없으며, 관광사업체들도 영세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는 관련제도의 개선과 함께 우수한 의료기술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홍보를 통한 의료강국 이미지를 확립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세부적으로는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 통계관리 및 활용, 등록업체에 대한 모니터링 및 해외마케팅 강화, 외국인 환자 관련 전문 코디네이터와 전문통역사 등의 전문 인력 양성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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