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 |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교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는 평가의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벽돌만 찍어내는 일을 하는 벽돌공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에 생산한 벽돌 수량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급여에 반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벽돌공이 해야 할 일은 벽돌을 찍어내는 일이고, 이는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업무는 무엇인가? 교육과 연구를 기본으로 하고, 때에 따라 사회적 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중 교육과 연구는 고도의 정신적 업무이고, 학문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아주 세분화되어 있다. 학문의 기본적 단위인 학과만 하더라도 종합대학의 경우에는 100개가 넘는 곳이 많다. 물론 동일 학과 내에서도 다시 세분화된 전공이 많기 때문에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이처럼 특성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학문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 대학이다. 벽돌을 찍어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잣대로 교수들의 성과를 측정하여 서열화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불가능하다. 더구나 타당성이 담보되지 않은 잣대로 평가한 결과를 연봉에 반영한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비합리적이다.
국립대 교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는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미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 다른 공무원의 경우에 대상 인원의 20%는 7%, 30%는 5%, 40%는 3%를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 성과를 많이 낸 사람에게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타당하다. 그러나 국립대 교원의 경우에는 대상 인원의 20%는 70%, 30%는 20% 이상을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기준액 이하로 주거나 지급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뒤진 사람들의 연봉을 빼앗아 평가 결과가 좋은 사람에게 얹어 주겠다는 것이며, 그 차이도 지나치게 크다. 일반 공무원과 대학 교원에 대한 성과급 제도가 달라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개정된 규정에 의하면 연봉 2000만원짜리 교원도 생기게 된다. 교수들도 하나의 생활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립대학이나 공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립대학 교수들의 급여수준을 볼 때 이는 기초적 삶조차 보장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평가는 필요하고 해야 된다. 그러나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분야에 한정하여 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여 성과가 우수한 사람에게 추가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은 조직의 갈등과 불화만 초래할 뿐이다.
대학은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성과연봉제는 대학을 '밀림의 법칙'이 지배하는 천박한 공간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행안부 홈페이지에는 거의 200명에 달하는 교수들이 입법 예고된 공무원보수 규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단순히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타당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평가 시스템을 반대하는 것이다. 대학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소리 없는 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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