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형]청소년들의 생뚱맞은 신조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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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형]청소년들의 생뚱맞은 신조어들

[NGO소리]이연형 천양원 원장

  • 승인 2010-11-03 14:04
  • 신문게재 2010-11-04 20면
  • 이연형 천양원 원장이연형 천양원 원장
지난 달 564돌 한글날 기념일을 보내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새겨보는 기회가 되었다. 한글을 연구하고 사랑하는 일본인 노마 히데키(野間秀樹)교수는 “한글은 전율 넘치는 지적 혁명이다. 1000년 한자의 역사에서 한글이 탄생했다는 건 지적 혁명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극찬한바 있다.

▲ 이연형 천양원 원장
▲ 이연형 천양원 원장
먼저 한글에 대해 간단히 고찰해 보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그 원조는 훈민정음이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1910년 한글학자인 주시경 선생이 지었으며 처음으로 한글날을 기념한 것은 일제 시대인 1926년이다.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와 신민회가 공동으로 식도원(食道園)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 최초라고 한다. 이렇게 훌륭한 한글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남북간 그리고 세대 간에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문제들이 발견될 뿐 아니라 심지어 한글 훼손이 심각한 측면도 있어 걱정스럽다.

먼저 남북간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요즘 서점에 들어서면 신간 서적코너에 평양으로 다시 갈까?라는 제목의 책이 쉽게 눈에 띈다. 저자의 이름은 림일이다. 그는 1996년 11월 쿠웨이트 주재 '조선광복건설회사'에서 근무 중 1997년 3월 한국으로 망명하여 산업디자인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서울에서 CI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는 문화와 생활 속에서 언어의 차이로 말미암아 좌충우돌하는 서울살이를 아주 코믹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맨 먼저 남한의 두음법칙에 따라 북한에서 사용하던 이름, '림일'을 '임일'로 사용해야하는 사실에 의아해한다. 그는 한글 맞춤법 중 두음법칙이란 말머리에 'ㄹ'이나 'ㄴ'이 오기를 꺼리는 현상 때문에 'ㅇ'으로 표기하자는 원칙인데, 왜 '로또'와 '뉴스'는 그대로 쓰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사용하는 원음법칙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은 한글학자 려승동 교수도 그런 점을 들어 오래전부터 두음법칙 폐지론을 주장해 오고 있다. 어쨌거나 남북 간에는 서로 다르게 사용하는 용어들이 너무 많다. 생활용어의 예를 든다면 '살빼기몸까기, 살찌기몸나기, 솔선수범이신작직, 상대하다대상하다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다음으로는 세대간의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얼마 전 KTX열차로 대구를 다녀온 일이 있다. 학교수업이 끝났을 시간이기에 열차 안에서 고등학생인 우리 원아들에게 “얘들아! 오늘 학교생활 즐거웠니? 난 대구에 가고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답신이 왔다. “넹 오늘 시험 잘 봤써욘!”, “네 ㅎ ㅎ 재밌게 보냈서여, 원장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여 뾰옹!”

나는 이들의 표현이 너무 재미있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비록 통신 언어라고 하지만 기성세대의 언어와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예를 든다면 쌤선생님, 쌩얼화장 안한얼굴, 안습슬프다는 뜻, ㅋ ㅋ웃음소리 등등.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그들은 통신 용어가 아닌 일상 대화에서 조차 '개드립', '솔까말', '흠좀무'라는 말로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들을 모르면 청소년들과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용문자로 채택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훈민정음'에서 이제 '훈세정음(訓世正音)'으로 그 의미를 새기는 경사로운 일이었음을 기억한다. 그저 외국어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용문자로 한글을 채택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기에 자랑스럽다.

이렇게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 있는 같은 민족이 남북으로 갈려 서로 다른 용어와 문법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 차이는 더욱 고착화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통신언어도 나쁜 언어는 골라내고 아름답고 품위있는 신조어로 발전시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 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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