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포기하고 결국, 월세를 택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월세를 최대한 낮추려고 보증금이 많은 매물을 찾았지만, 대부분 낮은 보증금에 높은 월세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많이 받아봤자, 금리가 시원찮아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채 중 투룸은 애초 전세였지만, 지난 8월부터 월세로 전환했다. 인근 부동산이나 지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권유한데다, 사실 월세가 서너배는 이득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모든 집주인들도 정씨처럼 월세로 전환해 종잣돈을 모으고 있다.
정씨는 “다가구주택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도 모두 월세로 바꾸고 있다”며 “워낙 이자가 싸서 목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낮은 보증금에 높은 월세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바닥을 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지만, 중산층은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저금리시대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9월 은행 정기예금(신규 취급액 기준) 중 금리가 연 5% 이상인 예금은 없었다.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가 연 5% 이상, 6% 미만인 정기예금은 지난 1월 10.5%를 차지했지만, 2월 1.4%, 3월 0.3%, 4~8월 0.1%로 급감했다.
반면 금리가 연 3% 이상, 4% 미만인 정기예금의 비중은 8월 48.9%에서 9월 54.1%로 커졌다. 연 2% 이상, 3% 미만의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의 비중도 37.8%에서 39.7%로 늘었다.
순수 저축성 예금의 평균 금리는 9월 연 3.07%로, 지난해 말보다 0.64%포인트 하락했다. 정기예금이 연 3.07%, 정기적금 연 3.50%, 상호부금 연 3.27%, 주택부금 연 3.18% 등이다.
10월 말 기준,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도 3%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12개월 기준으로 예금금리는 외환은행이 3.50%로 가장 높고, 기업 3.49%, SC제일 3.46%, 우리 3.45%, 하나와 국민이 3.40%, 신한 3.34%, 산업 2.94%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채권금리가 내려 예금금리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며 “자금이 풍부한 만큼, 예금 유치의 필요성이 떨어져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에 월세 선호로 물량이 줄고, 전세 수요가 늘어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임대위주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으로 가격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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