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영 SK텔레콤 중부마케팅본부장 |
'집단지성과 협업을 통한 창조성의 기적'으로 평가를 받는 위키피디아에 대해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비전문가들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지식의 품질과 낮은 책임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영국의 저명한 과학 전문잡지인 '네이처'지가 42개의 똑 같은 항목에 대해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내용을 비교해 보았을 때 위키피디아는 162건, 브리태니커는 123건의 오류가 발견됨으로써 위키피디아의 정확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발표한 바 있다. 위키피디아는 모델 자체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화두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즉, '나누면 더 커진다'는 역설적이지만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기업생존의 주문(만트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사의 역량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여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관심사였다면 이미 시작된 새로운 경쟁의 환경에서는 확장되고 강화된 협력관계를 통해 고객이 느끼는 가치와 만족을 극대화하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전형적인 복잡계 형태인 경제와 기업활동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주체들의 관계 형성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결국, 향후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혹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계를 스스로 허물고 개방형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여 혁신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계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이제는 세련된 디자인과 강력한 스펙으로 무장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동전화 단말기가 선택되지 않는다. 매력적인 어플리케이션의 유무와 다른 전자 기기와의 연결성, 업종 융합(컨버전스)에 의한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 여부 등이 고객이 지갑을 열게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앞으로 개별 기업에 의한 승자 독식(Winner takes it all)의 형태는 희소화되는 반면, 수많은 협력자가 참여하여 더 다양한 고객가치를 창조해내는 개방형 생태계가 주류가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개방형 생태계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그들만의 폐쇄적인 보호막안에서 배타적인 수혜와 경쟁력을 누리면서 지속적으로 기여와 보상의 상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SK 텔레콤이 T map(전자지도), T store(앱스토어) 등과 같은 주요 서비스의 API(기반 기술)를 공개하기로 한 것은 기존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확장성과 개방성을 통한 더 큰 성장을 위한 전략적 결단이다. 수많은 외부 개발자들은 공개된 API에 창의성과 다양한 전문성을 가미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에코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단순한 어플리케이션 수준의 현재 서비스를 국제적인 경쟁력을 지닌 서비스 플랫폼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한때 전세계 IT산업의 미래 혹은 테스트 랩이라는 화려한 찬사를 받다가 추진력을 잃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이같은 선택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논어에 보면 “학문 여역수행주하니 부진즉퇴라(學問 如逆水行舟 不進則退)”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기업경영 또한 그러하다. 학문과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 또한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아 과거 성공에 만족하고 안주하다가는 뒤처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뛰어난 몇 명의 천재들보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창의성의 합이 더 필요한 지식 대융합의 시대이며, 나눔으로써 본인의 몫이 오히려 커지는 개방형 생태계의 초입단계다. 그 흥미로운 굿판에 참여하여 흐드러지게 놀든지 구경꾼으로 남아 박수만 칠 건지는 현재의 선택이지만, 그 차이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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