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 경지' 이르려면 자신을 버려라

'해탈의 경지' 이르려면 자신을 버려라

간디가 지은 18장으로 된 짧은 경전… '나는 누구인가' 물음에 해답 제시 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 승인 2010-11-02 14:20
  • 신문게재 2010-11-03 12면
  • 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공동운영위원장
기독교와 불교가 번창한 우리나라에서 힌두교 경전을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아니 어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중요한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저자 간디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다. 간디는 비폭력의 위대한 힘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 신적인 존재였다.

그런 간디의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바로 이 바가바드 기타 경전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 책을 읽어볼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힌두교의 신 스리 크리슈나와 그의 친척 아르주나의 대화 형식으로 쓰여진 바가바드 기타는 18장으로 된 짧은 경전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우주를 담고도 남을 정도로 포괄적이다.

우리가 취해야 할 삶의 태도가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힌두교 하면 티베트의 라마승이나 라마크리슈나의 고행하는 선지자의 모습이 먼저 떠올라, 마치 힌두교도들은 속세를 등지고 자연과 더불어 자신만의 영적 세계에서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바가바드 기타를 읽어보면 인간이 신으로부터 육체를 부여받은 이상 뭔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카르마를 벗어날 수 없고 다만 행위를 하되 그 일에 집착하지 말고 일을 하는 동기도 자신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하지 말고 신에게 바치기 위한 순수한 봉사의 정신으로 행위를 함으로써 무위를 실천하라고 가르친다.

속세를 떠나라고 하기 보다는 세상에 묻혀 살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욕심과 탐욕을 극복할 때 진정한 신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는 참여속의 해탈을 가치 있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어떤 일을 진심으로 열심히 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말을 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을 얻겠다는 기대를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래야만 탐욕의 상태인 라자스를 극복할 수 있고 신의 세계로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장자의 무위의 정신과 일치한다. 인도의 대표적 종교라고 할 수 있는 힌두교와 불교는 모두 윤회사상을 기본바탕에 깔고 있다.

윤회사상에서는 해탈의 경지, 모크샤에 이른 영혼은 다시 태어나지 않고 미완성된 영혼, 즉 라자스나 타마스(무지)의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그 업을 가지고 세상에 다시 태어나 다시 업을 쌓아야 한다.

해탈의 경지, 즉 모크샤에 이르려면 자신을 버려야 한다. 자신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자신을 버리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침으로써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간디가 감옥에 갇힌 동안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항상 곁에 두고 수도 없이 읽었다고 하는 바가바드 기타는 간결하면서도 삶의 진리를 담은 경전이다.

간디의 해설과 함께 읽으면 이해하기도 쉽고 우리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명언, 명구들이 책 곳곳에서 샘솟듯 솟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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