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서천 판교 사건' 목격자 나환석씨가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출한 미 전투기가 사용한 탄두(위)와 50구경 기관총용 탄두(아래). ②의뢰된 탄두(위)와 50구경 기관총용 실탄(아래). ③50구경 기관총(M2). 진실화해위는 나씨로부터 탄두를 기증받아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50구경 기관총(M2)용 실탄과 직경이 같은 12.7㎜(0.5인치)로 측정되며 특징 역시 일치하는 것으로 미루어 당시 지역민 폭격에 사용된 실탄으로 추정하고 있다. |
'서천 판교 사건'을 직접 목격한 나환석(79)씨는 지난해 진실화해위원회 측에 이렇게 증언했다.
60년 전 나씨는 19살이었다.
그는 당시 폭격 현장 앞마을인 판교면 복대리에 살고 있었는데 판교 장터 구경을 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씨는 진술서에서 “판교 쪽에서 비행기가 날아와 폭격하는 데 실탄이 지그재그로 쏟아졌다”며 “실탄이 쏟아져 물이 튀기던 것을 자세히 봤다”고 회고했다.
서씨는 폭격에 사용된 탄두 1발을 주워 보관하고 있다가 진실화해위에 제출했다.
목격자 김지석(74)씨도 참고인 조사에서 “기와 공장 터에 임시로 장이 섰는데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 폭격을 했다”며 “현장에는 피가 강물같이 고여 있고 창자가 튀어나온 사람, 울부짖는 사람 등 말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으로 희생 사실이 확인된 이연식씨의 아들 이병우(77)씨는 “모친과 형에게 들은 바로는 아버지 얼굴은 다 부서져 알아볼 수 없었으나 주머니 속에 도장과 군민증이 있어서(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며 “밤에 현장에 가보니 약 20구의 시신이 가마니로 덮여진 채 ㄴ놓여 있었다”며 처참했던 당시 현장의 모습을 자세히 들려줬다.
폭격에 가담한 미국 전투기 형체와 폭격 장면에 대한 상세한 증언도 나와 있다. 1950년 서천군 판교면에 살며 폭격 현장을 목격한 정희섭(76)씨는 “사람을 쏘려고 낮게 내릴 때 꼬리부분에 미국을 나타내는 별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조부의 진실규명을 신청한 이용우(58)씨도 “비행기가 시장을 향해서 먼저 기총사격을 하고 지나간 뒤 재차 사격을 했는데 두 번째 사격 때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고 진술했다.
참고인 김찬경(85)씨는 “비행기 한두 대가 빙빙 돌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다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기관총을 쏘았다”며 “현장에서 작은 어머니(신정자) 시신을 직접 수습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인 1950년 9월 10일 서천군 판교면 판교장터에서 미 제18전폭단 제67전폭대대 F-51 전투기 2대가 기총사격을 가해 지역민 100여 명이 숨졌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에 대해 얼마 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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