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의 뉴스소비 패턴이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또다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과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 편승하지 않고는 신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사는 없다.
또 현재의 신문산업 위기는 단지 종이의 위기일 뿐 뉴스자체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아 신문과 출판산업이 모바일 시대에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변화된 뉴스소비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언론사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종이를 기반으로 한 신문들이 인터넷 등장 후 온라인 뉴스소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인터넷에 뉴스를 무료로 제공해 구독자 감소를 초래한 것을 상기하면 모바일시대에는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07년 6월 미국에서 첫 판매가 시작된 아이 폰과 지난 4월부터 보급된 아이패드에서의 다양한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 세계 각국의 사례는 태블릿PC 출시를 앞두고 모바일 전략에 부심하고 있는 우리나라 신문들이 참고할만하다.
■ WSJ 한시간 두 번씩 판형교체 서비스
인쇄매체의 위기는 미국 신문업계도 마찬가지여서 신문·잡지의 발행부수 조사협회 미국 ABC가 최근 밝힌 올해 4월~9월 주요 신문의 하루 평균 발행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9% 감소했다.
또 광고수입도 급감해 지난해 미국 신문들의 광고수입은 275억 6000만 달러(약 31조 2000억 원)로 2008년의 378억 4000만 달러보다 27.2% 줄었다.
이런 이유로 종이신문 발행을 아예 중단하거나 지면발행을 줄이고 온라인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데 보스턴 소재 전국 일간지로 100년 전통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지난해 3월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얼마 전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회장도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종이신문 인쇄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해 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USA투데이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유명 언론사들은 종이인쇄 발행비용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독자를 넓혀 유료 서비스나 온라인 광고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뉴스서비스를 개발하는가 하면 앞 다퉈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해 광고를 붙여 서비스하는 등 수익모델을 찾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종이신문 1면 분위기를 아이패드 화면에 그대로 옮겨 기존 종이신문 독자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고 있으며 매시 정각과 30분 두 차례 속보를 반영해 교체 서비스함으로써 유료화의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패드에서 종이신문과 같은 지면 속 사진을 클릭하면 동영상이 플레이되는데 스포츠 기사에 주요 경기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넣는 것은 물론 동영상 광고도 삽입해 살아있는 신문을 구현해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아이패드 버전 구독료는 월 17.99달러(약 2만원)로 종이신문(29달러·약 3만2000원)의 62%인데 지난 3월 판매시작 2주 만에 3200명의 유료가입자가 앱을 구매해 신문의 새 수익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료화 성공을 계기로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등 다른 신문들도 유료모델 개발에 적극적인데 이에 대해 조선경제i 우병현 연결지성센터장은 “인터넷은 공짜라는 기존 인식에 비해 모바일은 유료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콘텐츠만 서비스된다면 아이패드는 신문시장에 일대 혁명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 허핑턴 포스트, 블로거·SNS로 독자와 소통
그동안 종이신문이 독자와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향으로 뉴스를 생산 제공했다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뉴스 소비자와 직접 접촉을 노리는 것도 해외신문들의 모바일 전략 중 하나다.
미국의 온라인 신문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는 페이스북 같은 SNS와 연계해 수용자들에게 직접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방문자 수에서 워싱턴 포스트를 앞지르고 있다.
2005년 설립된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읽어보라고 말해 화제가 됐는데 2007년 사상 최초로 미국 대선주자들의 온라인 토론회를 주관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설립 5년 만에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이 신문의 비결은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웹 2.0정신을 활용해 ‘1인 미디어’로 불리는 파워 블로거 집단을 기자로 활용한데 있다.
허핑턴 포스트의 상근 직원은 50여명에 불과하지만 3000여명의 블로거 기자가 경제, 문화, 스포츠 등 자신의 분야와 관련한 다양한 영역의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허핑턴 포스트 소셜뉴스’라는 페이스북 커넥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사용자가 허핑턴 포스트에서 보았던 뉴스를 손쉽게 페이스북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옮겨진 기사 링크는 해당 페이스북을 방문한 지인들에게 노출되고 친구가 추천한 기사나 글을 신뢰하는 페이스북 유저들은 이를 보기 위해 다시 허핑턴 포스트를 방문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이후 페이스북 방문자가 구글 이용자를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허핑턴 포스트 방문자도 덩달아 50% 가까이 증가했다.
이재신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허핑턴 포스트는 온라인 미디어의 장점인 속보성과 블로거를 잘 활용했을 뿐 아니라 관계를 중시하는 SNS도 적절히 활용한 성공사례”라고 평가하며 “우리나라 신문사들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뉴스서비스와 SNS 등을 이용해 뉴스 소비자와 직접 접촉을 꾀해야한다”고 말했다.
■ 자유기고가 활용하는 독일신문
온라인에 기사의 20%만 제공함으로써 전문을 보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하거나 지면을 구독하게 하는 독일신문들은 자유기고가를 많이 활용하는데 정기자 1명에 자유기고가 3명꼴이다.
자유기고가에는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는 물론 블로거,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신문사는 이들로부터 제공 받은 기사에 대해 원고료를 지급함으로써 기사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여가고 있다.
독일의 지역신문 베르게도르퍼 차이퉁(Bergerdorfer zeitung)은 1면만 다르고 나머지 지면이 동일한 2개의 일간신문과 4개의 생활정보지 등 총 6개의 신문을 발행하는데 103명의 직원 중 기자는 26명에 불과하고 가장 많은 인원이 인쇄소에 근무한다.
지역뉴스를 중심으로 실으면서 지역정치와 경제 등 지역기사만 편집국 기자들이 쓰고 문화, 체육, 과학 등 나머지 기사들은 자유기고가를 활용한다.
심영섭 건국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현재 독일에서는 대부분 1개 시·군에서 1개 신문만 발행되는데 대도시에서 발행되는 신문들과 달리 지역신문은 철저히 지역소식을 전하고 있다”며 “적은 기자들로 넓은 지역을 다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피니언 리더와 블로거, 자유기고가 등 지역주민들을 뉴스 생산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으며 광역지와 지역주간지 간 기사와 칼럼을 제휴하는 것도 우리나라 신문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이 소셜네트워크와 태블릿PC에 집중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김중태 IT문화원장은 “독자감소 운운하며 신규독자를 찾으려 애쓸 게 아니라 기존독자들의 이탈을 막는 게 시급하다”면서 “수많은 뉴스 가운데 중요기사를 선별하고 읽기 좋게 편집해 독자들에게 ‘종이신문처럼’ 보여줄 수 있는 아이패드를 통해 이탈독자를 방지하다보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의 신규독자도 서서히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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