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템즈강 하류 카나리워프 지역에는 지난 1981년 폐쇄돼 10년 넘게 방치되면서 도심 흉물로 치부되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지난 2000년 현대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1994년 쇠락해 가는 부두 주변을 새롭게 재개발함과 동시에 석탄 매연을 내뿜던 화력발전소는 현대 예술을 접목,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인 ‘테이트모던’으로 탈바꿈됐다.
10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새것을 올리는 방식이 아닌 발전소 외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과거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영국 최고의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담은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구지역은 근대 건축물인 구 산업은행 대구지점을 리모델링 해 근대 역사관을 설립, 개관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931년 조선 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단순하게 처리한 정면부의 장식과 수평선을 강조한 지붕 슬라브 처리 등 건축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근대역사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더욱이 이 건물은 현재 잇따라 매각공고를 낸 대전 구 산업은행 건물과 규모 및 외관이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서 대전이 크게 배워야 할 사례 가운데 하나다.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근대 건축물을 활용할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새 것만 좋아하고, 인위적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만 숙달돼 있을 뿐 곱게 늙어가는 것, 숙성된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처럼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이 철거되는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건축물이 보존·관리 활용될 수 있도록 오래된 근대 유적지를 사들이는 한국 내셔널트러스트나 관심있는 시민단체, 전문가 집단들이 일부를 소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은행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 공공기관 가운데 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룹 중에 하나다. 소유주는 매각을 하기보다는 이 같은 문화유산의 가치 평가를 통해 영업마케팅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며 “소유주 스스로 어려울 때는 지자체나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건축물을 보존 및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산재해 있는 등록문화재 등 근대 건축물은 지자체의 예산확보를 통해 사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안여종 대전문화연대 운영위원은 “대전은 근대 도시로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현재 구 산업은행 건물 등이 잇따라 매각공고가 나고 있고, 뾰족집 무단철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지자체가 시급히 매입, 근대 역사관을 설립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근대 건축물을 활용해 근대역사관을 만든 대구 등을 본받는다면 지역에 현존하고 있는 근대 건축물 유지와 문화재 보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보존대안을 제시했다.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인 김정동 목원대 교수는 “최근 논란이된 뾰족집과 같이 개발논리에 의해 건축주의 자의적 판단으로 숱한 근대 건축물들이 허물어졌다”라며 “근대 건축물 등 우리 시대의 것을 보존하려는 지역사회의 의지가 필요하고,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지자체가 예산 확보를 통해 근대 건축물을 보존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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