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 치부… 역사가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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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치부… 역사가치 외면

<허물어지는 대전의 근대역사> 2. 문화재에 대한 그릇된 인식 등 문제점

  • 승인 2010-10-27 18:31
  • 신문게재 2010-10-28 3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지역에는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근대 건축물들이 많다.

그리고 또 그 뒤에는 사라져 가는 숱한 역사(근대 건축물)가 있다. 과거 구한말과 일제침략기의 불운한 역사로 인해 전국 곳곳에 지어질 수밖에 없었던 일본식 건물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잔존하던 일본식 건물들이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기점으로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일부 현존하는 근대 건축물이 개발논리와 함께 일제 치하의 잔재, 일제의 악행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근대 건축물들이 철거 운명 맞아 역사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일까?

▲등록문화재 제도의 한계=현재 대부분의 근대건축물이 재건축을 위해 헐리고, 도시 개발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근·현대 건축물의 역사적 중요성과 보존을 위해 지난 2001년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등록문화재 보존을 권고하는 수준일뿐 소유주의 재산권 보장 차원에서 신고만 하면 원형변경은 물론 철거도 자유롭다.

이처럼 상당수의 등록문화재가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소유주의 철거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려면 우선 이 제도의 미비점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문화재 관리 시스템=최근 등록문화재 제377호인 뾰족집이 무단으로 철거돼 지자체 문화재 관리 시스템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뾰족집의 사후 처리를 두고 시와 중구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일차적인 문화재 관리 책임이 중구에 있는 만큼 구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의 입장과 이번 사태의 본질은 법적으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허가권을 가진 시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구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

하지만, 지방자치법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문화재 보존과 관리는 시와 자치구의 공동 사무로 돼 있다.

이에 시 관계자는 “대흥동 뾰족집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이전 및 복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할 중구청과 협의해 복원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역사회의 그릇된 인식=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근대 건축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근대건축물 소유자들은 문화재로 지정되면 해당 건물을 비롯해 주변 건물까지 건축고도제한에 걸리는 등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등록을 꺼린다.

이는 지역사회의 재산권 행사 침해, 지역개발 저해 등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국 근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근대 건축물이 '일제 잔재'라는 지역사회의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인 김정동 목원대 교수는 “등록문화재 등 근대 건축물이 훼손 철거되는 것은 개발논리에 급급해 있을 뿐 역사적, 건축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개인 소유 등록문화재 일지라도 공공성을 가진 사회의 공적 재산이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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