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
그러나 2002년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나 현재의 SK와이번스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뉴욕 양키스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기 보다는 80년대 '까치' 신드롬을 불러 왔었던 '공포의 외인구단'에 가깝다. 2002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한국 외 지역의 관점에선 공포의 외인구단에 나오는 멤버들 이상으로 국제 축구시장에 아무런 정보도 올라와 있지 않은 무명의 선수들로 일궈낸 4강이었고, 현 SK와이번스 역시 아무 팀도 데려가지 않았던 선수들로 구성된 버려진 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후신이다.
이런 결과를 일구어낸 김성근 감독과 히딩크 감독은 몇가지 큰 공통 분모를 소유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는 훈련이고, 둘째는 훈련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다. 그리고, 위의 두가지를 종합해 실전에 응용하는 용병술이고 여기에 학연, 지연 등 경기 외적 요소는 배제된다는 것이다. 먼저, 훈련은 철저하게 과학적 근거로 기초적 훈련과정부터 시켰다. 히딩크 감독은 논란이 됐었던 국가대표에게 달리기, 패스연습과 공 다루기를 시켜 월드컵 전까지 구설수에 올랐었고, 김성근 감독 역시 정규시즌 우승을 앞둔 9월까지 특별타격훈련을 시켰다 한다.
또한 프로 선수에게 특별 정신교육을 시키고 번트를 실패한 날 500회에 달하는 번트 연습을 시켰다 한다. 그 다음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철저한 선수 개개인별 데이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자기 선수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대의 데이터까지 축적하고 있으니 어쩌면 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과학적으로 체계화되고 거기에 기반한 훈련량에다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선발된 선수들은 그동안 한국 사회의 관행처럼 여겨졌던 학연, 지연 혹은 명성 등 경기 외적 요소는 배제 된 채 야구, 혹은 축구 경기장에서 그 날 자신의 에너지를 최상으로 뽑아 낼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었다. 이러니 위의 3가지 요소가 결여된 상대팀을 상대로 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히딩크와 김성근은 둘 다 한국 사회의 눈으로 보자면 이방인이다. 히딩크야 사실 우리의 목적 달성을 위해 초빙된 16강 청부사였으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고, 김성근 감독 역시 한국의 야구와는 인연이 없는 재일교포 출신이라 한다. 그런 그를 여러가지 인연으로 얽매여 있는 한국 야구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였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나, 그는 그러한 차별과 편견, 그리고 모함을 오직 실력과 결과로서 극복해 나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최고 부자구단 중 하나인 LG에서 사실상 용도 폐기된 퇴물 김재현을 데리고 와 그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고 명예로운 은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실로 김성근만이 할 수 있는 정치적 쿠데타에 가까운 일인 것이다. 영원한 삼성맨이고 싶다던 이만수는 구단과의 마찰로 인해 한국인 최초의 연봉을 받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코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길이 막혔으나 김성근은 과감히 그를 채용해 거의 공개적으로 자신의 후임으로서의 준비를 시키고 있다.
그의 성공이 우리 사회를 억누르고 있는 많은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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