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소중한 역사의 자취로 남을 이들 건축물이 왜 이렇게 잇따라 사라지는 것일까. 현재 사라지는 근대건축물, 문제점과 원인, 해결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건물이었던 동구 중앙동 중앙극장. |
뾰족집은 1929년 일본에서 직접 가져온 목재를 사용해 지어진 철도국장의 관사. 짚을 두껍게 넣은 다다미, 동으로 깐 문틀 등 일본과 서양 건축양식이 함께 어우러진 절충형 근대 건축물로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았던 건물이다. 대흥 1구역 재개발 구역에 위치한 이 건물은 주변 다른 가옥들이 모두 철거된 폐허의 땅 위에 꿋꿋이 재개발 주택지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재개발 조합으로 소유권이 넘어가 결국 철거가 진행, 정상 복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외에도 대전에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의미 있는 근대 건축물이 여럿 있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해 있던 옛 시립연정국악원 건물은 1957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당시 도립충남대학교 부속도서관으로 지어져 한국방송 대전총국, 시립연정국악원 등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2005년 월드컵 축구 경기장 건축비 대물 정산용으로 건설회사에 넘어가 결국 철거됐다.
네오 바로크풍의 고전미에 현대 건축양식이 혼합된 중구 대흥동 '옛 한국은행 대전지점'건물은 지난 2000년 12월 지하철 건설로 인해 흔적없이 사라졌다. 또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건물이었던 동구 중앙동 중앙극장(2005년)과 대사동 별당(2010년) 등 지역 근대건축물들이 잇따라 철거 돼 기억 속에서 조차 흐릿해져 가고 있다.
▲ 대사동 별당의 철거 전 모습. |
이처럼 대전에 산재해 있는 근대 건축물들이 문화재로서 평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현재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로 잘 알려진 옛 산업은행 건물(등록문화재 제 19호)은 소유주인 산업은행이 잇따라 매각공고를 낸 상황이어서 뾰족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문화연대 김선미 공동대표는 “대전 근대 건축물의 기초적인 자원조사 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시가 근대 건축물을 어떻게 할것인가 정책적인 방향을 조속히 정해야한다”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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