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봉 충남여고교장·수필가 |
“나는 지금까지 논밭에 나가 쉴 틈 없이 힘들게 일을 해 왔지만, 참으로 멋없고 괴롭기만 했지! 나도 농사짓기를 그만두고 바다를 항해하면서 이웃나라에 가서 무역을 해야겠어.” 이렇게 생각한 농부는 곧바로 논밭과 가축들을 처분해 배를 사고 그 배에다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감을 가득 싣고 이웃 나라에 가서 팔기 위해 출항했다.
농부의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폭풍이 일더니 성난 파고에 배가 금방이라도 뒤집어질 것 같았다. 농부는 큰일 났다 싶어 배에 가득 실은 감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간신히 항구까지 되돌아올 수 있었다. 바다는 다시 잔잔해졌지만, 농부는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며 화난 얼굴로 투덜댔다.
“못돼먹은 바다야, 이번에 내가 감을 모조리 네게 주었다마는 잔잔해졌다고 두 번 다시 속을 줄 아느냐? 어림도 없다. 어림도 없어!”
이솝우화에 나오는 '농부와 바다' 이야기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금방 후회하거나 식상해 한다.
음식점에서 자기가 주문한 음식보다 옆상 손님들이 먹는 음식물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가 아닌가 한다. 가까이 있는 것보다는 멀리 있는 것, 소유한 것보다는 소유하지 않은 것에 애착을 갖는 것은 어쩌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필자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부러워하거나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원은 공무원 생활이 좋다고 하고, 공무원은 보수가 많은 회사원을 부러워한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월급 받는 직장인이 최고라고 하고, 직장인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안 받고 얼마나 좋겠느냐고 선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학생들이 계열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오락가락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하다.
인문계열을 선택했다가, 한 학기 이수해보고 다른 계열로 바꿔달라고 신청이 쇄도해 학기가 바뀔 즈음 학교에서는 늘 홍역을 치른다. 학생의 선택 기회를 막지 말아야 하지만 교사의 수급 문제, 학급 학생 수 조절 등 행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사람들은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 곳에는 물살을 가르는 흰 돛단배, 물위에 잠겨있는 그림 같은 섬,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지 않는 바다 속에 암초와 격랑이 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일보다는 저 일이 더 낫지 않을까 하고 동경하는 마음을 갖지만, 아무런 준비와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달려드는 것은 무모한 도전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는 쓰디쓴 낭패 가능성과 회한만이 있을 뿐이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대체로 노력하지 않고 쉽게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어느 분야의 전문 지식에 정통하려면 아무리 열광적으로 몰두했더라도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하워드 가드너의 '10년의 법칙'에 귀 기울여 적용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농부는 논밭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어부는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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