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더니 첫 번째 달 이자가 4만1667원이 붙었다. 둘째 달에는 첫 번째 달의 이자가 대출금에 합해져 4만2014원이 이자로 붙었다. 이렇게 1년 동안 무심코 마이너스 통장을 내버려뒀다가 원금이 547만7916원으로 늘어났다.
A씨는 “깜빡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가 큰 낭패를 봤다. 이자가 이렇게까지 비쌀 줄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 이용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언제든지 갚을 수 있고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마이너스 통장의 이면에는 시중은행의 장삿속이 숨어 있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평균 금리와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적게는 1.45%포인트에서 많게는 4.13%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국민은행의 지난 2분기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7.46%였다. 하지만, 마이너스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신용대출 평균 금리보다 2.29%포인트 많은 9.75%로 나타났다.
하나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와 일반신용대출 금리 간 1.47%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각각 0.95%포인트, 0.30%포인트 금리 격차가 났다.
마이너스 통장대출이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건, 미(未)사용 한도에 대해서도 은행의 자금이 묶이기 때문이다. 10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100만원만 쓰더라도 나머지 900만원도 언제든지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돈을 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산정 때에도 미사용 한도에 대해 충당금을 설정하기 때문에 금리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어 기회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 이용자들에겐 자세한 내막을 알리지 않고 대출해주면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최근에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을 모두 갚은 직장인 최모(41)씨는 “대출을 신청하러 가면 가장 먼저 권하는 게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대출금 산정방식이 복리로 계산된다는 건 대출 후에 알았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신용대출보다 가산금리가 높고 시중금리에 즉시 반응하는 게 바로 마이너스 통장대출”이라며 “마이너스 통장대출과 신용대출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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