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신경을 쓰고, 매사에 반항적이며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물어보는 말에 성의 없이 툴툴거리기만 하는 딸아이를 위해 요즘의 열네 살은 어떤 생각을 하며 관심사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이다.
그러면서 나의 열네 살의 추억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난 열네 살에 어떤 생활을 했을까? 엄마에게 반항도 하고 고민도 하고 그랬을까?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는 없지만 요즘 아이들이 경험하는 사춘기처럼 유난스럽게 지내지는 않은 것 같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열네 살은 지난다. 그리고 사춘기도 지난다.
연주는 얼굴도 몸매도 공부도 모두 평범한 여중생이다. 연주의 희망은 가수이지만 가족에게도 인정을 못 받는 수준이다. 하지만, 연주의 실력을 인정해 주는 단짝 친구 민지가 있어 행복하다. 민지는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가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의연하게 행동한다.
연주가 짝사랑하는 지섭 선배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때 길에서 돈을 빼앗기려다 지섭의 도움으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고 마음 속으로 든든하기만 한 지섭이가 이제는 마음 속에 살아 있는 존재로 되어 버린 연주는 지섭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설렘과 그리움을 숨기지 못한다. 이것도 연주가 성장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연주와 민지는 서로 다투면서도 서로 제일 잘 알고 아끼는 친구다.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단짝 친구가 있어서 같이 어울리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서로의 고민도 같이 나누면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기도 한다. 지섭 선배를 짝사랑한 연주에게 사랑을 다 안다는 듯 충고도 해주고 때로는 놀려대기도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 딱 열네 살 아이들의 발상으로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 안가고 친구들과 노래방 가는 게 더 행복하며, 조그만 즐거움에도 깔깔거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무모한 도전도 서슴지 않는, 열네 살 말이다.
연주와 민지, 또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내 아이와 친구, 나의 모습도 이렇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지나간 사춘기를 생각해 보면 부모가 하는 잔소리가 그때는 왜 그렇게 듣기 싫고 시끄럽게만 들렸는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방황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면 나의 삶에 지대한 영항을 끼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조바심을 냈었는지, 왜 그렇게 잘난 척하며 살아왔는지, 이 책에서도 연주와 민지의 성장과정 속에 자연스레 가족의 소중함과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주면서 천천히 기다려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과연 나는 내 아이들과 진실성 있는 대화와 행동을 해왔는가에 대해 다시금 반성을 해 본다. 부모란 이름아래 내 아이들의 말을 제대로 귀 담아 들었는가, 혹은 내 중심적인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명령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이제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명령이 아니 대화로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꿈을 향해 힘껏 뛰어 오를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자가 되리라 마음먹는다.
힘들어도 누구나 다 겪어가는 시기이기에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천천히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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