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작가의 작품 속에서 두드러지는 오래된 화두는 '시간'이다. 이 작가는 이번 개인전 이전 3차례의 개인전에서 시간여행, 시간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했었다.
이 작가는 '시간의 향기'라는 주제로 오래된 우리의 전통유물에서 풍겨지는 향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고대 유물에서 근대까지 사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이와 함께 시대의 구분을 넘어선 자아의 시각을 '종이 비행기', '종이학', '나비', '새의날개', '증기기관차'란 물화체로 화면에 표출했다.
특히 이 작가의 그림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증기기관차'에 대해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시각적 매개체이자 동시에 심행의 구동체다. 이것은 의미론적으로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초 현실이라는 두 차원을 연결 짓는 실질적 고리이며, 현재라는 줄기와 과거라는 뿌리를 꿰는 기둥”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는 오래된 유물의 향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대 시대의 무문토기와 신라시대의 쌍 손잡이 항아리의 빗살무늬를 응용한 점도 눈에 띈다.
또 한 시대가 다른 사물을 중첩시키고 자아의 물화체를 화면에 표출해 시간여행이란 의미를 주었다.
시간 여행 속에서 만나게 되는 고대 유물의 형상을 보면서 느껴지는 향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영준 작가의 회화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캔버스를 하나의 타임슬립(Time Slip)의 장소로 지정해 그 장소에 잊혀져 가는 것, 이어가는 것, 이어가야 할 것 등을 되돌아 시간과 공간을 조절하고 오가며 소통해 왔다.
그 곳에서 새로운 이미지들을 거둬 올렸으며 그 표상(또는 재현)으로서 이미지가 지닌 특성과 그 범주에 있던 의미, 시대성을 자신의 작업 화두로 끌어 들였다.
그리고 우린 그의 이러한 다층적 의도가 내재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모리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특징은 그가 선택한 유물과 특유의 문양, 색감, 배열적인 이미지들로 사유의 기념비들을 새롭게 창출하거나 시대를 고찰하고 그림으로 채록하며 시간의 행로를 걷는 조타수가 된 작가의 존재성 등에 대한 개인적인 자문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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