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영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기업이 경제부처 출신들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영입추진대상 1순위는 법조계 출신 인사다. 자신이 재직시 수사 하던 대기업에 퇴직하자마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바로 그 회사의 법률고문이나 사외이사로 간 경우도 있다. 로펌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주로 사용자인 굴지의 로펌은 행정부처의 노사관계정책담당 공무원을 퇴직하자마자 영입한다.
우리 헌법은 일할 권리와 함께 직업선택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공직자로서 중요한 직무를 담당하던 공직자라도 얼마든지 퇴직 후 재취업할 권리가 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급이나 직무분야에 종사하였던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한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다(공직자윤리법 제17조 1항).
최근 행안부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 놓았다. 개정안에 의하면 고위 퇴직관료는 재취업 기업이 취업제한 기업이 아니라도 일정액 이상의 보수(연봉 1억원 이상)를 받게 되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재취업 예정자의 '업무관련성' 적용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2년 연장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 공직자가 법을 위반하여 재취업한 경우에 재취업 업체에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이루어지면 앞으로는 판·검사 출신들이 로펌에 취업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될 전망이다.
요즘 '공정한 사회'가 화두다. 그러나 퇴직 고위 공직자들이 거리낌없이 재직시의 직무와 유관한 업체에 재취업하여 사실상 불공정 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은 말할 수 없이 큰 상실감을 느낀다. 공직자와 국가에 대한 불신의 벽은 점점 단단하고 높게 쌓여 간다. 정부도 더 이상 묵과하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그 법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역할이 더 크다. 또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기능 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직자 자신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이다. 고위공직자가 되기까지의 노력과 재직 중의 헌신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퇴직 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공직자윤리법을 무시하거나 악용한다면 '공정사회'의 독버섯이 될 뿐이다.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듯이, 모든 공직자는 '한번 공직자이면 영원한 공직자'라는 마음가짐과 사명감을 갖고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만 공정사회가 이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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