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반표준본부장 |
WMO(세계기상기구)의 태풍위원회에서는 14개 회원국으로부터 10개씩 태풍이름을 접수받아 총 140개의 이름을 순차적으로 명명해 나간다.
우리나라가 작명한 태풍 이름으로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가 있는데 인터넷으로 공모한 이름이다.
북한이 작명한 것으로는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무지개, 메아리, 소나무,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가 있다. 이름만 보면 남북한 모두 정치색 같은 것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태풍이 온순하게 지나가기를 기원하는 듯 아름답고 순한 단어로만 배열 되어있다.
태풍은 열대지방에 쌓인 막대한 태양열에너지가 지구 전체로 분산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 순환 과정이다. 열대지방의 바다가 태양에 의해 데워지고 증발하면 바다 위의 공기는 뜨겁고 습하게 된다.
온도가 높으므로 밀도가 작아지게 되어 상승기류를 형상하게 되어 이른바 적란운이 만들어진다. 적란운 속의 수증기 분자가 물방울로 냉각되며 잠열이 발생하고 이 열로 다시 구름이 만들어진다.
특히 여름에는 태양이 적도 근처를 직접 비추면서 남반구의 남동 무역풍과 북반구의 북동 무역풍과 만나면서 두 바람이 합쳐져서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며 동시에 바람의 방향의 차이로 와류를 형성하게 된다.
태풍은 충분한 열에너지와 수분 그리고 회전력이 있어야 성장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적도 근처 바다로 해수면 온도가 약 27도 이상이 될 때 발생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적도에서는 태풍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적도에서는 와류를 강화시킬 수 있는 전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향력은 코리올리 힘이라고도 불리며 회전하는 물체위에서 보이는 가상적인 힘이다.
필자가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말레이시아 표준연구소에 출장 갔을 때 그 곳 연구원이 이 공항은 태풍이 없어 일 년 내 내 비행기가 정상 운행한다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이때 필리핀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홍수, 산사태 등 난리가 났는데도 말이다.
전향력은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작용하며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로 부는 태풍은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북진하다가 중위도를 넘으면 오른쪽으로 진행방향을 틀며 동해상으로 빠져 나간다.
전향력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생긴 힘이기 때문에 거꾸로 전향력을 이용하면 지구의 자전을 증명할 수 있다. 1851년 푸코가 발명한 푸코의 진자가 그것으로 길이 67m의 실에 28㎏의 추를 달고 남북으로 흔드는 실험을 수행해 지구가 자전함을 증명한 바가 있다.
이 진자는 위도가 높아지면 진동면의 회전 속도가 빨라져 북극에서는 회전주기가 24시간이 되고, 적도에서는 회전 주기가 0이 된다.
올해도 우리는 비교적 태풍을 잘 이기고 대풍을 바라보고 있다. 태풍을 보다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태풍 속의 과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태풍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만일 지구를 축구공 크기로 가정하면 기상변화가 일어나는 대류권은 공 표면에서 0.3㎜ 높이가 채 안 된다. 이렇게 얇고 연약한 대기층을 잘 보호해 지구가 더 이상 열 받지 않게 할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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