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지난 해 쌀값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빚이 늘었는데 올해는 벼 품질도 안 좋고 생산량도 줄어들 것같아 또 빚내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며 “매년 빚만 늘어가는 벼농사는 이제 더이상 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해 쌀 값 하락에 이어 올해는 쌀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수확철을 앞둔 농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충남도내 쌀 생산량은 지난 해 91만 4946t에서 11%정도 줄어든 80만 7684t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수확량이 평년보다 많아 상대적으로 올해 감소폭이 커지기도 했지만 쌀 재배 면적이 줄어든데다 이상기후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확량 감소는 더 심각하다. 농민들은 올해 생산량이 지난 해에 비해 20%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길영 서산농협RPC 장장은 “태풍 등의 영향으로 해안가 1㎞ 이내의 논은 수확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서산간척지 농지의 80%가 벼 이삭이 하얗게 말라붙는 백수 피해를 입어 서산지역의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25~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현상은 충남 서해안 일대에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 가능한 벼도 좋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벼 도정시 투입된 벼의 무게에 대한 도정된 백미의 백분율을 뜻하는 도정 수율이 70%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도정 수율이 70%이하로 떨어지면 수확한 벼에 쭉정이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올 수확 벼에는 쌀알이 깨져 발생하는 싸라기의 비율도 평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쌀값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품질등급 하락으로 추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남도는 지난 9월부터 올해 말까지 모두 243만 6384포대(40kg기준)의 벼를 매입해 쌀 가격 안정에 나설 계획이지만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관계자는 “매년 계속된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올해도 쌀값 하락 등으로 인한 농민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생산비 증가와 쌀값 하락으로 생계 유지도 어려워하는 농민들을 위해 충남도는 이미 조례로 제정 된 쌀 직불금 제도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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