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집이 애물단지가 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이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가 재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아파트를 가진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다.
이는 주택가격이 오를 때 과도한 부채를 안고 집을 샀으나 세계 경제위기 등으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고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따라서 하우스 푸어는 겉으로는 아파트를 소유한 중산층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비능력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이들 중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가 많지만, 지방에도 그 수가 적지 않다.
대전지역의 경우 KTX 개통과 행정중심도시 건설이라는 호재를 안고 2003년 이후 아파트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붐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2006년 이후 뒤늦게 주택 붐에 동참했던 사람 중에 하우스 푸어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내 집 마련으로 중산층 대열에 합류하려던 서민들이 대부분이라 더욱 안타깝다.
하우스 푸어들은 주택가격 하락과 이자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걷히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마저 끊겨 손실을 감수하고 팔려고 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지난 7월 말 출간된 '하우스 푸어'(김재영 PD 저)에 따르면 그 수가 수도권에 95만 가구, 전국적으로 198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전 둔산지구의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에 이르렀던 2006년 초에 아파트를 산 김모씨의 사례를 찾아보자.
김모씨는 3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그런데 이후 집값은 계속 하락해 현재 분양가를 밑도는 가격에도 거래되지 않고 있으며, 이자 등으로 지출한 비용은 1억여원 가까이 늘어났다. 김모씨에게 집은 고통이다.
하우스 푸어들의 선택이 비합리적이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수년 전 부동산가격 급등기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성적 관점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월 200만~300만원의 급여소득자가 저축만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사는 것은 힘들지만, 대출의 힘을 빌리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넘쳤기 때문이다.
하우스 푸어의 증가는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007년 말 금융회사의 주택대출잔액은 292조원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349조원으로 20% 가까이 증가했다. 금리 인상 폭이 커지면 가계의 부담은 그만큼 더 늘고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하우스 푸어에서 보듯이 자신의 부담능력을 넘어선 부채를 안고 주택을 사는 것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제공=금융감독원 대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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